허허벌판 지방 KTX역… 수요없는 개발땐 ‘외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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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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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신도시급 부도심 육성”… 도심 일부기능 이전이 바람직

도시 외곽에 새로 들어선 역세권은 개발에 과도한 욕심을 부려선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돼지농장과 논밭 사이에 들어선 KTX 신경주역(위)과 혁신도시 공사가 진행 중인 김천구미역 주변.
도시 외곽에 새로 들어선 역세권은 개발에 과도한 욕심을 부려선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돼지농장과 논밭 사이에 들어선 KTX 신경주역(위)과 혁신도시 공사가 진행 중인 김천구미역 주변.
8일 경북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의 KTX 신경주 역사. 개통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는 최신식 건물을 자랑하지만 역사 주변에선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근의 돼지농장을 그대로 둔 채 부랴부랴 역사를 연 탓이다.

지난해 11월 개통한 KTX 2단계 역사들은 대부분 기존 도심 밖 허허벌판에 서 있다. 신경주역은 기존 도심과 약 7km, 울산역도 도심과 15km 떨어져 있다. 역사 주변에는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기반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다.

문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신도시급의 부도심으로 육성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 동남내륙경제권의 성장거점, 선사시대 역사자원 등 관광자원 육성, 자동차산업과의 연계 등을 내세운 울산 역세권 개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특성화 없이 과도한 계획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주시는 양성자가속기 유치와 연계해 산업 주거 상업 전시 문화 기능을 역세권에 모두 넣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발할 지역은 기존 도심의 8%가 넘는 규모다. 김천구미역은 역 바로 앞에 건설되고 있는 김천 혁신도시에 역세권 성패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주변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대규모 역세권 개발을 추진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일본 신고베(神戶)역은 기존 도심과 떨어진 산기슭에 고속철 역사를 세워 주변의 호텔, 오피스텔 등은 미분양에 신음하고 있다. 인구 200만 명이 넘는 오사카(大阪)도 신칸센이 정차하는 외곽 신오사카역보다는 기존 도심의 오사카역을 중심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요시무라 히데마사(吉村英祐) 오사카 공대 교수는 “일본에서도 인구 감소와 함께 중소도시 역세권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며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한 도시가 두 개의 발전 중핵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 도심의 기능을 일부 분산하는 정도의 적정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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