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오븐 카페에 남성들이 몰려든다… 왜

  • 동아일보

집안일 피할수 없어요… 편하게 재밌게 할래요

사진 제공 LG전자
사진 제공 LG전자
“청소가 제일 싫어서 로봇청소기 지른 겁니다.”

“집안일, 막상 시작하면 재밌는데 그래도 손빨래는 정말 싫어요.”

2만800여 명이 활동하는 한 포털 사이트의 로봇청소기 카페 ‘로사모(로봇청소기 사용자들의 모임)’. 한 회원이 ‘남자분들은 청소, 설거지 중 뭐가 더 싫어요?’라고 질문을 올리니 줄줄이 댓글이 달렸다. 청소도 설거지도 괴롭지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청소가 좋다는 이들도 있었다. 한 예비 신랑이 ‘예비 장모님께 사달라고 졸라서 드디어 로봇청소기를 샀다’고 글을 남기자 후기를 올려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남성 회원들이 올린 청소기 후기는 웬만한 정보기술(IT) 동호회 뺨친다. 정숙도, 머리카락 엉킴 정도, 흡입력, 걸레판, 센서 등 항목별로 다양한 제품을 비교 분석해 올렸다. 로봇청소기를 활용해 리모컨으로 물컵이나 신문 나르는 방법도 공유했다.

이 카페에는 실제로 남성 회원이 더 많다. 회원 중 60%에 해당하는 1만2400여 명이 남성이다. 회원의 70%는 20, 30대로 젊은 기혼자가 많은 편. 카페 운영자이자 집에서 청소 담당이라는 유범수 씨(38)는 “주로 남성분들이 꼼꼼하게 청소기기를 비교 분석해 글을 올린다”며 “아무래도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집안일을 일정 부분 하다 보니 이왕 하는 거 남자들이 쉽고 재밌게 쓸 수 있는 가전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TV와 홈시어터, 게임기 ‘전문’이던 남성들이 청소기, 오븐, 다리미 등 생활가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 30대 싱글뿐 아니라 기혼 남성들도 맞벌이 가정에서 살림을 나눠 하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사만 전담하는 남성 전업주부도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 15만6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부부라는 직장인 이기석 씨(32)는 “요리나 빨래보다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등이 진입장벽이 낮은 것 같다”며 “아무래도 힘이 필요한 가사일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혼인 윤호진 씨(34)는 “군대에서 배운 다림질을 10년째 하고 있다”며 “성능 좋은 스팀다리미를 직접 골라 쓴다. 결혼해도 다림질은 계속 할 것이다”고 말했다. 요리기기에 관심을 갖는 남성도 조금씩 늘고 있다. LG전자 광파오븐 커뮤니티 회원 4만여 명 중 20%에 달하는 6900여 명이 남성 회원이다.

생활가전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남성이 떠오르자 업체들도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요리에 서툰 남성 소비자를 겨냥해 지난해 ‘클라쎄 말하는 오븐’을 내놓았다. 말로 조리법을 설명해 준다. 이 회사는 시판 직후 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요리하는 모습을 광고로 내보내기도 했다. LG전자는 로봇청소기에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검은색 위주의 심플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LG전자 HA마케팅팀 C&C마케팅그룹 박동수 부장은 “집안 청소를 맡아 하는 남자들의 청소기 사용시간이 늘면서 스스로 움직이며 청소하는 장난감 같은 로봇청소기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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