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임원-노조 모두 함께 어울린 '기적의 1박2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0일 20시 03분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에는 20여개의 촛불이 켜졌다. 저승사자 복장을 한 4명의 남자가 4개의 관을 차례대로 무대에 올렸다. 저승사자들은 강당에 앉아 있는 129명 사이를 돌아다니다 4명을 지목했다. 부름을 받은 4명은 수의를 입고 곡소리가 들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관에 들어갔다.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KT가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한 28일, 이석채 회장과 김구현 노조위원장 등 KT의 상무 이상 임원 97명 전원과 노조 간부 32명은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았다. KT의 임원과 노조간부 전원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28일부터 1박2일 동안 이뤄진 이 혁신교육의 제목은 '오 해피 데이, 기적의 1박2일'. 1박2일 동안 회사에 관련된 얘기나 영업, 전략 등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교육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체험에 가까웠다. 평균 나이가 52세인 참석자들은 미친 것처럼 춤추고 울고 웃다가 죽음까지 체험한 뒤 다시 태어났다. 크게 웃는 법부터 배웠고 식사를 할 때는 "잘 먹겠습니다. 하하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교육장 안에는 '나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나는 나를 넘어선다' 등의 플래카드가 붙었다.

교육은 가수 '도시아이들'의 노래 '달빛 창가에서'를 들으며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다가 포크댄스를 추는 '춤 치유'와 각종 게임을 즐기는 '황홀한 소통',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멘탈 체인지', 그리고 유서를 쓴 뒤 관에 들어가 누워보는 '임사(臨死)체험' 등으로 이뤄졌다. 20년 전 한 때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행했던 임사체험이 부활한 셈이다.

KT 홈고객부문장인 서유열 사장은 "일을 잘하자는 취지보다는 사기를 높이고 자존감을 높여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의 허진 교육선전실장은 "경직돼 있는 조직 문화를 생동감 넘치고 화합을 이루는 문화로 바꿔 노사가 서로 배려하고 공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은 원래 시장이 정체돼 있는 홈고객(유선사업)부문의 직원들을 위해 개발됐다.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하락세로 접어든 사업의 영업을 하다보니 열등감이 생기고 마음의 병이 든 직원이 많아졌다. 하지만 영업사원 6500명이 이 교육을 받은 뒤 열등감은 자존감으로 바뀌었다. 초고속인터넷 순증 고객(신규가입자에서 해지가입자를 뺀 수치)은 2009년 24만 명에서 2010년 47만 명으로 2배로 늘었다. 현재 전체 가입자는 740만 명이다.

저승사자의 부름을 받았던 4명 중 1명인 신사업전략담당 오세현 상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했다"며 "나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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