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들고 대형마트에 가보니… 주부들 한숨만 ‘어휴~’

  • 동아일보

작년과 똑같은 밥상 차리는데 20%이상 더 지출

새해 벽두부터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장을 보는 주부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인상률’은 더 심각하다. 폭설과 한파, 작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밥상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기자가 직접 장을 보기 위해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았다. 쌀, 콩, 고등어, 무, 애호박, 대파, 마늘, 두부, 김치, 양파, 달걀 등 한 끼 밥상에 가장 자주 오르는 총 11개 품목을 구입하는 데 든 비용은 9만7130원. 롯데마트 자료에 따르면 꼭 1년 전인 지난해 1월 11일에 이날과 같은 품목을 사는 데에는 8만386원만 지불하면 됐다. 1년 새에 20%의 돈을 더 써야 지난해와 같은 밥상을 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경아 씨(37·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지난주 대형마트에서 2000원에 산 양배추 반통이 일주일 만에 2990원으로 올랐다”며 “요즘은 장 보러 갈 때마다 (가격을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장바구니에 담은 것들 가운데 콩(서리태)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서리태 500g은 지난해 5880원에서 올해 1만680원으로 가격이 81.6% 뛰었다. 콩밥이나 밑반찬으로 유용한 콩자반을 식탁에 선뜻 내놓기 어렵게 된 것. 콩 가격이 급등하면서 포장두부 값도 올랐다. 풀무원 ‘국산 부드러운 부침두부’(380g)는 3400원으로 가격이 지난해보다 27.4% 올랐다.

최근 폭설과 한파가 이어지면서 신선식품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여러 요리에 두루 쓰이는 부재료들인 무와 대파, 양파 값이 급등했다. 제주 무(1개)는 지난해 1280원에서 올해 1800원으로 40.6% 상승했다. 대파 1단은 1980원에서 3280원(65.7%), 양파 1.5kg 1망은 지난해 2280원에서 올해 3580원으로 57%나 올랐다. 그나마 시설재배로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애호박(1개·1980원), 콩나물(100g·348원)과 버섯류(새송이버섯 2봉·3980원)가 지난해와 같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등어를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잠시 망설였다. 270g짜리 고등어가 지난해 1280원에서 올해 1980원으로 54.7% 올랐다. 고등어가 ‘서민 생선’이라는 건 옛말이다. 상품성이 있는 350g 이상의 고등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말부터 연근해의 저수온 현상으로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멸치는 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올랐지만 다른 수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편이었다.

찬거리에 예상보다 많은 돈을 지출해 과일은 구경만 했다. 감귤은 지난해 100g에 198원에서 올해 298원으로 50.5% 상승했다. 감귤은 ‘해걸이’(한 해씩 번갈아가며 풍·흉년이 반복되는 것) 현상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냉해로 사과, 배 등도 작황이 좋지 않아 국산 과일 값이 대부분 뛰어 구매를 주저하게 됐다. 대신 수입 과일 중 필리핀산 바나나가 한 송이에 2000원대로 저렴한 편이었다.

롯데마트는 이런 물가 추세가 계속된다면 설 차례상 비용도 지난해에 비해 9%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인 기준 차례상 차림 비용이 12만5210원이었는데 올해는 13만6510원 정도(추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물가협회가 전국 7대 주요 도시의 전통시장을 조사해 추정한 올해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15.4%(2만5440원) 오른 19만150원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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