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새해 특집]재테크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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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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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들 “국내펀드 〉 파생상품 〉 해외펀드順 분산 투자 추천”

분산투자. 재테크 교과서 제1장에 소개되는 가장 기본적인 투자 원칙이다. ‘2011년 새해 재테크 전략’을 고민하는 투자자에게 전문가들은 진부하게도 들리는 이 원칙을 어느 때보다 강조했다. 그만큼 올해도 개인투자자들이 돈 불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굴곡은 있겠지만 2011년에도 경기 회복세와 증시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이 물결에 올라타는 게 올해 재테크 전략의 기본이다. 하지만 작년 한 해 투자자들을 조바심 나게 했던 금리 인상과 유럽 재정위기, 중국 긴축 이슈 같은 불확실 요인들이 여전히 물밑에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돌발 변수에 따라 파도타기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올해 재테크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은 이를 “올해는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돈을 번다”라고 표현했다.

이럴 때일수록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상품과 금액, 타이밍을 철저하게 분산해 안전한 항해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올해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혜택을 누릴 유망 자산에 적극 투자하는 자세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객 자산관리를 총괄하는 은행 및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 팀장 20명이 ‘2011년 새해 재테크 기상도’를 펼쳐보였다.

○ 국내 주식형펀드 ‘거치식-적립식’ 모두 1순위

펀드 환매자금이나 만기가 돌아온 은행 특판예금으로 연초 목돈 투자에 나서려는 투자자가 많다. 이들을 대신해 물었다. “새해 5000만 원을 투자한다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상품은 국내 주식형펀드였다. 20명 중 19명의 PB가 국내 펀드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으며 절반 이상은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라고 권했다. 3년 만에 2,000 고지를 돌파한 코스피가 올해도 장밋빛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증시 상승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으로 펀드만 한 게 없다는 설명이다.

‘연초 5000만 원을 투자할 때 추천 포트폴리오’에 대한 20명의 대답을 평균한 결과 △국내 펀드 1450만 원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파생상품 650만 원 △해외 펀드 550만 원 △랩 상품 500만 원 △은행 정기예금 475만 원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상품 450만 원 △원자재 펀드 325만 원 △기타 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매달 여윳돈 500만 원을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지”를 물었더니 20명 전원이 포트폴리오에 국내 주식형펀드를 넣었다.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할 때보다 매달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투자비중을 더 높일 것을 권유했다. PB들이 추천한 적립식 투자 금액을 평균한 결과 여윳돈 500만 원의 60% 이상인 313만 원을 국내 적립식펀드에 투자하라고 나왔다.

해외 펀드 또한 거치식이나 적립식 투자에서 모두 유망한 재테크 상품으로 꼽혔다. 연초 5000만 원을 투자할 때는 13명이 해외 펀드에 평균 550만 원을 분산하라고 했고, 매달 500만 원 적립식 투자에서는 평균 65만 원을 투자하라는 포트폴리오가 제시됐다.

2011년 기대할 수 있는 연간 목표 수익률은 ‘연 10∼15%’라는 전망(11명)이 가장 높았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분당PB센터 마스터PB는 “올해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추고 균형 있는 자산 배분 및 관리에 치중하라”며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쉽지 않은 한 해이니 만큼 분기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리밸런싱(재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내 펀드도 성장형, 가치주 펀드 분산 투자

올해 펀드 투자에 나설 때는 돌발 변수에 따른 증시 출렁임을 감안해 투자 타이밍과 환매 시점을 예전보다 더 깐깐하게 따져봐야 한다. 안태현 한국씨티은행 서울지점 부지점장은 “거치식 펀드 투자는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투자금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분산투자하고, 매달 적립식 투자도 한 달에 여러 번 납입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한상언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올해 펀드를 환매할 때는 특정 시점이 아니라 목표 지수나 수익률을 미리 정해 놓고 이를 달성했을 때 환매하라”고 권했다.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상승세를 주도할 실적 좋은 우량주 중심의 성장형 펀드에 투자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삼성그룹주펀드 같은 그룹대표주 펀드를 비롯해 ‘프랭클린템플턴 포커스주식형펀드’ ‘JP모간 코리아트러스트 펀드’ 등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윤성용 신한은행 여의도PB센터 PB팀장은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하겠지만 작년보다 상승률이 둔화되고 업종, 종목별 수익률 차이가 클 것”이라며 “소수 핵심 종목에 투자하는 ‘압축형펀드’와 증시 상황에 따라 주식 비중과 투자 시점을 조절하는 ‘분할매수형펀드’를 눈여겨보라”고 말했다.

그동안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가치주나 중소형주 펀드도 포트폴리오에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마스터PB는 “코스피 2,000 시대에는 다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위해 가치주 펀드가 필요하다”며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투자하라”고 했다. 지난해 펀드 환매 행진 속에서도 투자자를 대거 끌어들인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 펀드’, ‘신영 마라톤 펀드’, ‘신영밸류 고배당 펀드’ ‘동양 중소형 고배당 펀드’ 등이 언급됐다.

해외 펀드로는 중국 펀드와 브릭스, 친디아, 아세안 펀드 등 신흥국 펀드들이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한상언 팀장은 “중국 본토펀드는 올해 상반기에 분할 매수하는 게 좋다”며 “2010년 다소 성과가 부진했지만 금리 인상이 마무리 되면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랩 어카운트 올해도 인기 끌 것”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가 역대 사상 최고치(2,064.85·2007년 10월 31일)를 넘어 최고 2,400 선까지고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 직접투자를 추천하는 PB들은 적었다. 8명이 ‘별로 권하지 않는다’, 1명이 ‘매우 권하지 않는다’고 대답해 권한다(3명), 매우 권한다(1명)는 응답을 훨씬 앞섰다.

김영호 하나은행 영업1부 골드클럽 PB부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이끄는 순환매 장세에서 개인투자자가 종목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며 “통상 직접투자 수익률이 펀드 수익률보다 높은 때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주식형 상품보다 원금 보장은 어느 정도 되면서 기대 수익률은 은행 이자보다 높은 ELS, ELF, ELD 같은 파생상품도 눈여겨보라”며 “개별 종목보다 코스피 같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여러 개에 시점을 나눠 가입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지난해 빠르게 성장한 증권사의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인 랩어카운트는 올해 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됐다. 박 팀장은 “돌풍을 일으킨 자문형 랩은 아직 거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자문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커진 만큼 개인투자자들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자동 해지되는 자문형 랩 상품에 투자했다가 일반투자자들에게 확산될 때 빠져나오는 전략을 쓸 만하다”고 덧붙였다.

○ 금리인상 대비…3, 6개월 단기 예금으로 운용

투자자들은 올해 특히 금리 인상이나 물가 상승 같은 거시 지표를 눈여겨봐야 한다. 절반 이상인 11명의 PB들이 올해 기준금리가 ‘0.5∼0.75%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6명은 ‘0.75∼1%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금리 인상에 대비해 은행 예금 포트폴리오는 3, 6개월 만기의 단기 예금 위주로 가져가는 게 좋다. 김진호 국민은행 송도PB센터 팀장은 “시중 금리인상 추이를 감안해 3개월 단위 예금에 가입했다가 금리가 어느 정도 올랐을 때 확정금리형 신탁상품이나 특판예금으로 갈아타라”고 추천했다. 3∼6개월 단기 예금뿐만 아니라 MMDA나 MMF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일정 자금을 넣어두었다가 올해 증시가 조정을 받거나 유망한 투자처가 나왔을 때 투자금으로 사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채권 투자를 추천하는 전문가도 적었다. 9명이 ‘별로 권하지 않는다’, 1명이 ‘매우 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금리가 오를수록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채권 수익률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정환 동양종합금융증권 골드센터영업부 PB팀장은 “다만 주식형 상품에 편중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채권 투자를 통해 위험 분산할 수 있다”며 “신용등급은 조금 낮지만 기본 채무구조가 튼튼한 대기업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으면서 연 8∼10%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2011년은 하반기에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현금과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이 유용하다.

○ 인플레이션 대비…원자재 펀드 적극 투자

2010년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금, 구리, 은 등 귀금속 가격이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2011년에도 원자재 관련 상품에 투자를 권하는가”라는 질문에 2명이 ‘매우 권한다’, 12명이 ‘권한다’고 답했다. 본격적인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 원자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인플레이션에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PB들이 꼽은 ‘올해 가장 유망한 펀드’에서도 광물 및 귀금속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블랙록 월드광업주 펀드’가 7표로 가장 많은 득표를 받았다. ‘JP모간 천연자원 펀드’도 3표를 얻었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추천 상품이 분산된 영향도 있었다.

안태현 팀장은 “올해 초 원자재 ETF가 새로 상장되면 자금이 더 유입되고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며 “다만 원자재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시장 전망을 점검하고 농산물, 에너지, 광업 등에 분산투자한 뒤 시장 움직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3g(1온스)에 1400달러까지 돌파한 금 투자에 대해서는 6명이 “달러 약세 및 인플레이션에 따라 금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권한다’고 답했다. 반면 3명은 “단기간 가격이 너무 급등했다”며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성용 팀장은 “금 실물로 투자하면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금 예금상품도(골드뱅킹)도 원화로 투자하면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며 “환헤지를 하는 골드뱅킹이나 금 펀드에 가입하라”고 추천했다. 원자재 펀드, 금 펀드 등은 대안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일부 자산을 편입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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