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그룹의 상선 경영권 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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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보유지분 8.3% 3자에 매각”… 현대그룹 “검토 가치 없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시장이나 국민연금 등에 분산 매각하도록 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8.3% 지분’이 현대건설 인수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0일 나온 이 중재안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현대상선 지분은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해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위협받게 되면 끝까지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가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가면 현대중공업 등 범(汎)현대가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이 39.23%에 달해 현대그룹 우호 지분(42.77%)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21일 “검토할 가치가 없는 제안”이라고 일단 일축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채권단이 결정한 것은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 해지일 뿐인데 마치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넘어간 것처럼 얘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채권단의 중재안은 현대그룹에는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제안이어서 결국은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현대그룹이 중재안을 수용한다고 해도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 방침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사이에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중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에 현대상선 지분과 관련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양측이 물밑 접촉을 벌였지만 실패하고 서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면서 지금의 사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번 주까지 현대그룹의 답변을 기다린 뒤 현대그룹이 이를 거부하더라도 다음 주에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1일 “현대그룹이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법적 소송에 들어간다고 해도 현대건설 매각 절차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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