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소형차가 안 팔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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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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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자동차회사가 최근 내놓은 소형차를 며칠 전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운전을 해 본 결과 기존 소형차보다 상품성이 크게 높아져서 침체된 소형차시장을 부활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왜 국내 소비자들은 그동안 경제적인 운송수단인 소형차를 외면하고 중·대형차를 주로 구입하면서 ‘자동차 과소비’를 하게 됐을까.

‘프레스토’ ‘엑셀’ ‘프라이드’ 등은 1980, 90년대를 풍미한 소형차다. 당시 소형차 판매 비중은 전체 자동차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처음 차량을 구입하려는 직장인의 현실적은 꿈은 소형차였고 중형차는 쉽게 넘보지 못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은 것을 계기로 자동차회사가 수익률이 높은 중형차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쏘나타3’ ‘크레도스’ 같은 차량을 쏟아내면서 중형차 판매가 쑥쑥 늘어났다. 국민들은 외환위기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는 것도 모르고 소득에 비해 큰 차를 사들였다. 지금은 중형차가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대형차인 ‘그랜저’까지 월간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처럼 국토가 좁고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데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에선 소형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총 등록 승용차 1302만 대 가운데 경차·소형차는 34.7%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전체 5768만 대 중 55.2%가 경차·소형차다. 특히 경차의 비중은 일본이 29.2%로 한국 7.8%의 약 4배에 이른다.

한국의 중·대형차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이유는 자동차로 신분이나 능력을 구분하는 분위기 탓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자동차회사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중·대형차의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매력적인 소형차를 만드는 일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통적인 시장자본주의 관점에선 기업이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수익을 추구하고, 성실히 세금을 내면서 고용까지 확대했다면 ‘착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공헌, 상생 등이 요구되는 최근의 기업 환경에선 ‘소비자들이 원한다’는 명분으로(속으로는 높은 수익을 예상하면서) 낭비 요소가 있는 제품의 개발과 마케팅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개발이 힘들고 수익이 적더라도, 작고 가벼우면서 엔진효율이 좋아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자동차, 전력소비가 획기적으로 적은 가전제품 등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들이 그런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할 새로운 임무가 생긴 것이다. 친환경이나 경제적 소비에 대한 교육은 정부의 몫이라고 외면하면 일류기업이 될 수 없다.

기업들이 당장은 불편하고 힘이 들더라도 그런 노력으로 친환경에 대한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진다면, 효율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 판매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자동차나 연료전지자동차, 초고효율 가전제품 소비자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내수 시장이라는 안전판이 튼튼해야 기업들은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과 모험이 뒤따르는 첨단 친환경 제품에 앞장서서 글로벌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결국 수익도 확대돼 기업과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다. 이제 기업은 새로운 경영철학으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와도 상생해야 할 때다.

석동빈 산업부 차장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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