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Golf]돈보다 지극정성… 최고 골퍼 키운 ‘아빠 파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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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스포츠대상 김경태-이보미 길러낸 父情

스포츠 스타는 남다른 노력과 재능으로 그 자리에 섰다. 한 가지를 더한다면 부모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남자프로골프투어 한국인 최초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와 아버지 김기창 씨(왼쪽 사진 오른쪽), 한국여자프로골프 4관왕에 오른 이보미와 아버지 이석주 씨(오른쪽 사진 왼쪽)가 대표적인 경우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포츠 스타는 남다른 노력과 재능으로 그 자리에 섰다. 한 가지를 더한다면 부모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남자프로골프투어 한국인 최초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와 아버지 김기창 씨(왼쪽 사진 오른쪽), 한국여자프로골프 4관왕에 오른 이보미와 아버지 이석주 씨(오른쪽 사진 왼쪽)가 대표적인 경우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철모르던 10대 중반 시절 그들은 동해와 설악산의 세찬 바람을 맞으며 땀을 흘렸다. 힘들어도 가슴 한구석에 장차 필드의 스타로 이름을 날릴 모습을 그렸다. 어느덧 20대에 접어들어 그 꿈은 현실이 됐다. 그 곁에는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아버지가 있었다. 13일 동아스포츠대상 남녀 골프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누린 김경태(24·신한금융)와 이보미(22·하이마트). 김경태는 일본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상금왕에 올랐다. 이보미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4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맞았다. 동료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이들은 뜻 깊은 시상식에 아버지와 참석해 기쁨을 나눴다.

김경태의 아버지 김기창 씨(57)와 이보미의 아버지 이석주 씨(52)도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이들은 김경태와 이보미가 중고교 시절인 2000년대 초반부터 5년 가까이 강원 속초의 한성연습장에서 함께 운동을 시켰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속에서도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 올해 아시아투어 상금왕 노승열(19)도 같은 연습장 출신.

부산에서 태어난 김기창 씨는 프로골퍼를 지망하다 실패를 겪었다. 서른 살에는 등산을 갔다 나뭇가지에 눈을 찔려 시력이 약해지면서 결국 투어 프로를 포기한 뒤 속초에서 레슨 프로로 일하며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된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재작년까지는 아들의 캐디를 맡아 동고동락했다.

김 씨는 “고생한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경태가 일본 투어에 잘 적응해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태가 보내준 상금으로 5년 넘게 타던 차를 바꾸라고 했지만 애 태우고 다닌 흔적이 밴 차를 바꿀 마음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올해 아들을 보기 위해 세 차례 일본에 갔는데 그중 두 번은 우승 장면을 지켜봤고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상금왕에 오르는 감격을 함께했다.

이보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인 강원 인제에서 부모 몰래 태권도를 했다. 전기공사 사업을 하던 아버지 이석주 씨는 네 딸 중 둘째인 이보미에게 어떤 운동을 시킬까 고민하다 마침 박세리의 활약을 지켜본 뒤 동네의 허름한 골프연습장에 데리고 갔다. “소질이 있어 보인다는 말에 본격적으로 시키게 됐어요.” 이 씨는 하루에 두 번씩 미시령을 넘어 속초까지 딸을 데리고 가 연습을 시켰다. “남들처럼 풍족하게 못해줘 속으로 많이 울었어요. 경비 아끼려고 새벽부터 경상도 충청도까지 차를 몰고 다녔어요.”

키 162cm로 작은 편인 이 씨는 158cm인 이보미를 보면 미안함이 앞선다. “중학교 때는 작지 않았는데 심하게 앓은 뒤로 성장을 멈췄어요.”

그래도 이보미는 “아빠가 어려서부터 체력운동을 많이 시켜 안 자란 것 같다. 덕분에 작아도 비거리에서 꿀리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52야드로 국내 투어 11위다.

김기창 씨는 “어려서부터 보미는 인사성이 밝았다. 늘 성실했다”고 떠올렸다. 이석주 씨도 “경태는 예전부터 공을 치는 게 달랐다. 대성할 줄 알았다”고 치켜세웠다.

이보미는 내년부터 일본 무대에 진출한다. 이 씨는 “먼저 일본에 간 경태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들의 인연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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