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불 껐지만… 유럽 구제금융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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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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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신청에도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확산돼 결국 제2의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N의 경제뉴스 사이트인 CNN머니는 24일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합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이라며 “아일랜드에 이어 ‘다음 차례’로 우려되는 포르투갈이 당장의 위기를 넘긴다 해도 막대한 채무를 차환해야 하는 내년 초가 더 문제”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포르투갈의 재정적자 수준은 국내총생산(GDP)의 9.3%로 유로존 16개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 포르투갈 22년 만에 최대 파업

여기에 포르투갈 노동계가 24일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22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전국 총파업을 벌였다. 노동계는 이날 파업에 75%의 노동자가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공공 및 민간 노조가 모두 참여한 이날 파업으로 전국의 기차 버스 항공기 등 교통수단이 거의 멈춘 가운데 리스본과 세투발 등 주요 항구들이 마비됐다. 병원 은행 학교 등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정부는 총 50억 유로(약 7조6600억 원) 규모의 공공부문 임금감축 등 지출 축소와 세금 인상을 통해 올해 GDP의 7.3% 수준인 재정적자를 내년에 4.6%로 낮추겠다는 내용의 긴축예산안을 발표했으며 26일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의 우려에 대해 조제 소크라트스 포르투갈 총리는 “포르투갈은 재정 지원이 전혀 필요 없다”고 말했다.

○ 독일과 프랑스, 미국도 타격 우려

포르투갈이 무너지면 이 나라에 돈이 많이 물린 스페인도 안전하지 못하다면서 스페인까지 구제금융 대열에 합류하면 총 4400억 유로 규모로 조성된 유럽재정안정기금(UFSF)으로 막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언론은 아일랜드 구제금융 규모가 850억 유로에 달하고, 포르투갈이 구제금융 요청국에 합류하면 3년간 515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거함 스페인의 경우 3500억 유로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유로존 경제의 12%를 차지하는 국가로 GDP가 아일랜드, 그리스 및 포르투갈을 합친 것의 2배가량인 1조6000억 달러에 이른다. 스페인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지난해 11.1%에서 올해 9.3%로 낮추고 내년에는 6%로 감축할 계획이다.

CNN머니는 유로권의 재정 위기국인 ‘PIGS’(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의 문제가 결국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적 부담 가중으로 전이되고 이것이 미국에도 타격을 가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듯 24일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7%를 돌파했으며 스페인의 10년 국채 수익률도 역시 5.08%로 상승했다. 국채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비용이 더 든다는 의미다.

○ 벨기에도 재정위기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24일 아일랜드에 이어 벨기에가 재정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채권 투자자들이 “벨기에가 아일랜드처럼 빌린 돈과 빌린 시간으로 버티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벨기에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순 채권국”이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가디언은 “정부 지출 및 부채 감축 방안을 결정할 벨기에 정부가 올 4월 연립 정부 붕괴 이후 아직 구성되지 못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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