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줄 사람은 생각 없다는데…전경련의 차기회장직 언론플레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9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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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는 18일 정례 회장단회의를 열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비즈니스 서밋의 성과를 자축하고, 자유무역협정(FTA)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문제 등 여러 현안을 논의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회장단 회의 결과의 관심사는 온통 이 회장에게 집중됐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이 회장이 전경련 차기 회장직을 수락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7월 승지원에서 전경련 회장단이 이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 것에 대해 "이 회장님께서 3~5개월 시간을 갖자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언급하지 않았던 '3~5개월'이라는 구체적인 시간이 튀어나왔고, 마침 지금이 그 시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이 회장에게 쏠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을 접한 삼성그룹 측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회장이 7월 승지원 회동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확인도 되지 않고, 이날 회동에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전경련 측에서 일방적으로 이 회장의 코멘트라며 그런 식으로 언급한 것은 경우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황당하다. 지난 9월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한 이야기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9월 일본 출국 길에 공항에서도 기자들에게 "일이 하도 많아서, 그리고 건강도 별로 안 좋고"라며 전경련 회장직 고사의 뜻을 밝혔었다.

떡 줄 사람은 아직 생각이 없다는데 이를 기다리겠다고 공표하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월 승지원 회동 직후에도 정병철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전경련 차기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에 대해) 이건희 회장께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삼성그룹 관계자들이 나타나 "이 회장께서는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언론 플레이'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차기 전경련 회장에 대한 뉴스는 요청을 해놓은 전경련이 아니라 결정권자인 이 회장 측에서 나와야 할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조석래 효성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의사를 밝힌 뒤 사실상 회장이 공석상태인 전경련의 처지가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경련이 예전만 못한 단체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이 회장을 잡고 늘어지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눈길도 있다. 전경련이 이런 방식으로 회장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스스로 위상 추락을 부채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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