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오리온그룹 회장 ‘편법 지분확대’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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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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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저가 발행으로 87억 시세차익 의혹”
부동산 헐값매각 통해 비자금 조성說도

오리온그룹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편법으로 대주주의 지분을 늘렸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내사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국세청은 8월경 오리온그룹이 BW를 이용해 대주주인 담철곤 회장의 지분을 늘리고 회사 소유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에 배당했으며, 기초적인 자료 검토를 마친 뒤 이달 말경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는 2000년 6월 7년 만기로 140억 원 규모의 BW를 발행했으며, 1년 뒤 신주인수권(warrant·워런트)을 제외한 사채는 전액 상환이 이루어졌다. 당시 발행된 신주인수권은 온미디어 주식 56만 주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였으며 담 회장은 이 중 58.9%인 33만 주가량의 신주인수권을 2억 원에 사들였다.

담 회장은 2005년 6월 자신이 보유한 신주인수권 16만5000주를 주당 2만5000원(총주식매입대금 41억2500만 원)에 행사해 온미디어의 지분을 1.4%로 늘렸다. 온미디어는 이듬해 증시에 상장됐고 당시 공모가는 액면가 5000원짜리 구주 1주에 5만2000원으로 결정됐다. 상장에 따른 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불과 1년 만에 엄청난 시세차익을 본 셈이 됐다. 이후 담 회장은 올해 6월 온미디어를 CJ그룹에 매각하면서 이 주식을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해 130억 원가량에 넘겨 5년 만에 20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검찰은 담 회장이 이처럼 BW 발행으로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고의로 낮게 책정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오리온그룹 계열 건설사인 메가마크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고급빌라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오리온그룹이 마크힐스 대지를 시행사 E사에 헐값에 매각하고 이후 시공을 계열사인 메가마크가 맡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올 상반기 세무조사를 벌인 바 있다.

재계 순위 60위권인 오리온그룹은 2001년 9월 모그룹인 동양그룹에서 제과업과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했다. 담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전 회장의 둘째 사위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신주인수권부사채(BW) ::

채권 발행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사채(社債). 채권자는 일반 사채처럼 일정한 이자를 받으면서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며, 일정 기간 내에 신주 교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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