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더 이상 소비자를 낚지 마라… 마케팅 진수는 좋은 세상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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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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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자본주의 연구소’ 회장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

사진 제공 럭스미디어
사진 제공 럭스미디어
미국 펩시는 올해 7월 중대 발표를 했다. 2012년까지 전 세계의 초등학교에서 설탕 첨가물 음료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생과일주스와 타조티(tea), 트로피카나와 같은 건강 음료 제품군의 생산을 3배로 늘리고 음료에 함유된 나트륨은 파격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콜라를 주로 판매했던 기업이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나선 셈이다.

미국 유기농 식품 체인인 홀푸드는 학교를 대상으로 8월부터 ‘샐러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홀푸드 매장 50마일 이내의 학교에서 신청을 받아 샐러드바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 음식과 각종 시설은 홀푸드의 고객과 협력업체가 기부한다. 이런 활동이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여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활동은 직접적인 매출 향상을 위해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소비 욕망을 부추겼던 과거 마케팅 관행과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펩시나 홀푸드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려면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케팅 석학’으로 꼽히는 라젠드라 시소디아 미국 벤틀리대 마케팅 교수(사진)는 최근 DBR(동아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의 삶을 개선하고 고객을 기분 좋게 하는 마케팅이야말로 고객의 마음을 사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케팅은 쿠폰을 뿌리는 등 야단법석을 떨면서 소비자를 ‘낚는 활동(hoax)’이 아니다”라며 “고객이 욕망하는 게 아닌 필요로 하는 것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게 진정한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DBR 68호(11월 1일자)에 실린 시소디아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나쁜 마케터와 좋은 마케터를 가르는 기준은….

“마케팅을 20여 년간 가르쳤지만 자주 좌절을 느낀다. 판사나 소방관, 경찰관과 같은 직업들은 본질적으로 고귀하다. 하지만 ‘마케터들도 과연 이런 직업군에 속할까’라고 자문할 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2004년께 전문가그룹 1000명과 일반 소비자 1000명 등 모두 2000명을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는 질문에 일반 소비자는 ‘성가시다’, ‘거짓말을 자주 한다’, ‘광고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 등의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전문가 그룹도 ‘마케터들이 회사의 비용을 많이 쓰지만 효과는 적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마케팅 비용이 느는데도 효과가 커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케팅이 회사 측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제품을 쓰면 당신은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기가 많아질 것이다, 멋져질 것이다 등 달콤한 유혹을 퍼붓는다. 이런 식으로 마케팅비 지출을 늘리면 고객들의 부정적 인식만 높아진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케팅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가?

“소비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개선시키는 것(healing)이다. 이를 위해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게(real needs)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원하는 것(wants)이나 욕망하는 것(desires)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마케터는 사람들이 필요(needs)로 하는 상품을 원하도록(wants)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케터는 사람들이 담배나 알코올, 심지어 립밤에 중독되게 할 수 있다. 립밤도 자꾸 쓰면 입술이 건조해져서 립밤을 더 필요로 한다. 제품 사용 과정에서 또다시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도록 설계된 셈이다. 마케팅은 중독이나 욕망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정말로 필요한 상품을 사게 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쿠폰을 뿌리는 등 야단법석을 떨면서 소비자를 낚아서도 안 된다.”

―이런 사례를 소개해 달라.

“맥도널드가 대표적이다. 맥도널드는 거대 점포망과 수십억 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무기로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주면서 햄버거 세트를 파는 해피밀을 생각해 보라. 좋지 않은 마케팅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야채를 곁들인 메뉴나 유기농 커피 등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마케팅은 고객을 ‘좇는(following)’ 게 아니라 고객을 ‘이끌어야(leading)’ 한다. 올바른 수요를 창출해 소비자의 입맛을 점차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맛과 영양은 상충관계(trade-off)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맛있으면서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진정한 마케팅은 이런 상충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이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든지 편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힐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캐논은 조작하기 쉬우면서도 DSLR급 화질을 갖춘 카메라를 내놓았다. 젯블루는 낮은 가격에 고품질의 여정을 제공한다. 가죽 좌석에 30여 개 채널의 TV 모니터를 갖췄으며 고객이 스낵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했다.”
▼ 뉴발란스 스니커즈의 힐링마케팅… 100년 넘게 발의 편안함 중점 ▼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가 강조하는 삶의 질 향상 마케팅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발볼이 넓은 운동화를 만드는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윌리엄 라일리가 신발의 착용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동화 내부에 아치 모양의 받침을 깐 제품을 만들면서 탄생했다. 고객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그는 발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한 신발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에도 신발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고용해 발의 편안함을 살리는 기본 정신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뉴발란스는 아웃소싱하지 않고 미국에서도 운동화를 제조한다. 임금이 비싼데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통해 이런 정책을 유지했다. 뉴발란스의 광고에는 흔한 운동화 광고와 달리 남자다움이 없다. 오히려 중년기를 강조한다. 정신적 에너지가 충만한 중년이 된 베이비붐 세대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미국 벤틀리대의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 연구소(Conscious Capital Institute)’ 창립자 겸 회장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마케팅과 경영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영국 마케팅 전문 연구소가 선정한 ‘뛰어난 마케팅 사상가 50인’에도 꼽힌 그는 ‘저널 오브 마케팅(Journal of Marketing)’과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등에 100여 편의 논문을 실었다. IBM과 볼보, 스프린트 등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저서로는 ‘사랑받는 기업(Firms of Endearment)’ ‘마케팅은 개혁이 필요한가?(Does Marketing Need Reform?)’ ‘빅 3의 법칙(Rule of Three)’ 등이 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8호(2010년 11 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위축된 기업가정신… ‘氣 UP’할 묘책은?
스페셜리포트

한국이 1960년대부터 급속한 경제성장을 해온 배경에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가들과 정부의 역할이 컸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은 기업가정신이 발휘된 전형적인 모습이다. 기업가정신은 현재 상황과 미래 지향 사이에 부족, 결핍, 격차가 클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현재의 자원은 부족하지만 미래의 기회를 보고 그 기회를 추구할 때, 그 자원 격차를 메워 가는 노력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기회에 대한 집요한 추구이자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과 탐험의 여정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위축되는 모습이다. 금융제도나 사업기회 등 인프라나 생태계 측면에서, 인재역량의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현대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강한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로 그 역동성의 뿌리는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배종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업가정신을 북돋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카리브해 작은 어촌마을 칸쿤의 기적
▼City Innovation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적인 명승지를 꼽을 때 멕시코 칸쿤을 빼놓을 수 없다. 온난한 열대성 기후를 갖고 있는 칸쿤의 너비 400m 정도의 곱고 긴 7자형 산호섬 해변에는 특급 호텔들과 수십 개의 리조트, 쇼핑센터들이 늘어서 있다. 호텔존으로 불리는 해변에는 140개의 호텔과 380개의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는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페러세일링 같은 해양스포츠는 물론이고 골프 같은 일반 스포츠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약 50년 전인 1960년대 칸쿤은 인구 100명에 불과한 카리브 해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관광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멕시코 정부는 관광객이 접근하기 쉽도록 상하수도, 전력,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하고 국제공항을 건설했다. 또 삼엄한 경비 체제를 갖춰 ‘안전한 관광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칸쿤의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투자수익 거두려면?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가 현대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주요 마케팅 및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과연 소셜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의 투자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측정하려면 전통적인 투자수익률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 기업의 마케팅 투자를 강조하고 고객의 반응을 기준으로 투자수익률을 산출하지 말고, 고객이 느끼는 소셜 미디어 활용 욕구부터 평가해야 한다. 그 다음, 고객이 기업의 브랜드를 대하는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에 얼마만큼 투자하는지 측정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 활동으로 인한 다음 달의 판매 증가뿐 아니라 기업의 소셜 미디어 투자가 장기적으로 안겨줄 수익도 고려해야 한다. 또 고객 반응에 좀 더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온라인 지원으로 인한 비용 감소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리뷰 코너에서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투자수익률 계산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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