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억에 월세 ○○만원… ‘보증부 월세’ 대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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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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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 등 전세금 치솟으며 상승분 월세 돌려 받기 확산전세제도 월세 전환 추이 주목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사는 강모 씨(42)는 이달 전세 만기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4년 전 1억8000만 원 하던 108m² 아파트의 전세금을 집주인이 4000만 원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인 자녀가 이사를 꺼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돌아봤지만 보증부 월세로 많이 전환해 있었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80만 원이거나 1억5000만 원에 70만 원인 식이었다. 강 씨는 “대기자는 많은데 전세 물량은 거의 없고 집주인들이 월세만 받으려고 해서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은평뉴타운으로 입주할 예정인 30대 A 씨는 최근 전세 시세가 2억 원인 108m² 아파트를 보증금 1억2000만 원, 월세 50만 원에 계약했다. A 씨는 “집주인이 보증부 월세를 원해서 그렇게 했지만 집값이 떨어질 때는 보증부 월세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작기 때문에 좋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 보증부 월세 확산

최근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전세난이 극심해진 가운데 보증부 월세 방식의 임대가 늘어나고 있다. 보증부 월세는 보증금을 맡긴 뒤 다달이 월세를 내는 식으로 큰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순수 월세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오르는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려 매달 월세를 받고 임차인들도 턱없이 오른 추가 전세금의 목돈 부담을 덜 수 있어 서로 이득을 보는 측면이 있다. 또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월세보증금은 전세금에 비해 액수가 적어 떼일 위험이 작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보증부 월세는 최근 서울 송파, 강동구 등 전세금이 많이 올라간 지역에서 많이 늘었다. 전세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19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월세보증금을 전세금으로 나눈 비율은 2003년에는 35%를 넘었지만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 8월에는 27% 선까지 떨어졌다. 이는 보증금을 줄인 만큼을 월세로 받았다는 것이다. 강동구의 전세금 대비 월세보증금 비율은 2009년 1월 43.13%였지만 올해 8월에는 34.37%로, 송파구는 36.3%에서 28.54%로 떨어졌다.

또 2007년 1분기를 기준으로 계산한 서울 월세 및 전세지수도 2007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월세지수가 전세지수보다 높았다. 월세 상승률이 전세 상승률보다 높았다는 의미다. 한편 2008년 국토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임대가구 중 전세가구는 55.04%였고 보증부 월세, 순수 월세 등 월세는 44.96%로 이미 월세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 전세 제도 사라질까?

일각에서는 보증부 월세가 늘어나면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한국의 전세 제도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세 제도가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집값이 오르고 고금리가 유지된다는 배경 덕분이었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어도 고금리 덕분에 안정적인 이자를 받을 수 있었고 또 전세를 주면서 집을 사면 대출 부담은 덜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차익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지고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집주인들이 자본이익보다는 임대수익에 관심이 높아졌다. 은행 예금금리도 연 2%대로 추락해 집주인의 이자 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집주인들도 노후에 수익성을 추구하는 식으로 패턴이 바뀌면서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전세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세 제도가 아예 없어지면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세금이 1억 원이라면 전부 대출을 받아도 대출이자는 연 4∼5% 수준으로 연 400만∼500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시중의 월세 환산율은 7% 선으로 1억 원에 연 700만 원, 즉 매달 약 58만 원을 내야 한다. 따라서 종전에 살던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면 세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그동안 전세금을 낼 능력이 없어 월세로 들어가는 세입자는 돈이 모이면 전세로 돌려왔다”며 “(보증부 월세는) 돈을 모을수록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 이어지던 구조가 깨지고 매달 수입의 일정 부분을 내야 되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불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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