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쌍용화재 인수 개입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9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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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조성 혐의로 조사를 받는 태광산업이 2006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쌍용화재 매각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경쟁기업의 인수시도를 방해해 태광산업이 쌍용화재를 인수하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2005년 경영권 분쟁으로 부실 매각 대상이 된 쌍용화재를 인수하기 위해 경쟁했던 기업은 태광산업을 비롯해 STX그룹, 신동아 화재, 외국계 사모펀드 호누아 등이었다. 이 가운데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기업은 STX그룹. 쌍용화재는 2005년 12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STX로의 매각을 의결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예정됐던 이사회는 STX의 인수방식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의견으로 무산됐다.

STX그룹은 금감위가 내세운 인수조건인 '지분 40%이상 확보'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쌍용화재를 지분을 인수하려했지만 금융감독원이 '기존 주주들의 소송 가능성'을 들어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특정인을 주식의 인수자로 정해놓고 새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주가 하락 위험이 커 기존 주주들과의 마찰이 자주 빚어진다.

하지만 2주일이 지난 2006년 1월 10일 태광산업 역시 같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쌍용화재 인수 계약을 맺었다. 금감원이 미리 태광산업을 쌍용화재 인수자로 낙점해놓고 STX그룹의 인수 시도를 방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또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는 통상 1개월 이상 걸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간을 대폭 줄여 10일 만에 태광산업의 쌍용화재 인수를 승인한 것도 이런 추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태광산업에 대한 특혜 의혹에 대해 금감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에 대한 우려는 STX 뿐만 아니라 태광산업 인수 당시에도 제기했던 내용이며 STX그룹이 인수에 실패한 것은 기존 주주그룹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라며 "태광산업은 미리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 인수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또 매각 승인 절차가 평소보다 빨리 내려진데 대해서는 "당초 부실이 심각했던 쌍용화재를 12월말까지 매각하려던 계획이 늦춰지면서 승인절차를 빨리 진행한 것일 뿐 특정 기업에 이득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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