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외국인 중장기 채권 쏠림현상 완화하려면

동아일보 입력 2010-09-17 03:00수정 201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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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규모가 크게 늘면서 국내 채권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투자 패턴이 200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단기채권에 대한 재정거래’에서 ‘중장기 채권에 대한 매수 후 보유’로 바뀌는 과정에서 중장기 채권의 수급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종 수요처가 늘어나자 시장에 거래되는 채권 물량이 부족해지고 이러한 기대가 다시 채권 보유 욕구를 자극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에 의한 채권 수급의 변화는 결국 중장기 채권 금리를 우리 경제의 기대수익률과 다르게 만든다. 지금처럼 글로벌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성장 및 물가 기대와 무관하게 외국인 채권 투자로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자금흐름의 왜곡이나 연금, 이자 생활자의 기대소득 감소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을 해 저축해도 노후에 예금 이자로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채권시장 측면에서는 외국인 채권 투자에 따른 달러 유동성 유입이 외환보유액 증가와 통안증권 발행으로 이어져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차이가 경제에 대한 기대보다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쯤 되면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금리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의 채권시장 역할은 크게 위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완화시킬 순 없을까. 사실 선진국보다 작은 채권시장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개방을 유지하면서 눈높이와 자금 조달 비용이 국내 투자자들과 다른 외국인의 영향력에 휩쓸리지 않도록 할 방법은 많지 않다. 특히 원화 강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의 환율 당국이 환율 하락을 억지로 막고 있다는 점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추후 원화 강세가 현실화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통해 국채 시장을 개선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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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전체 물량을 늘리지 않더라도 국채의 만기 비중을 조절하고 매달 일정 물량을 발행한다는 원칙을 조정하면 시장의 쏠림 현상을 일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들은 사실 과거 국내 채권 수요가 취약한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해 정부가 발행자로서의 권리를 일정 부분 포기하며 만든 것이다. 하지만 수요가 많을 때는 발행을 늘리고 없을 때는 줄이는 것은 발행자의 당연한 권리다.

둘째, 지금처럼 외국인 자금은 중장기 채권에 집중되는 데 반해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발행이 2년 이내 단기로만 이루어지게 되면 각각의 만기 영역에서 채권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통안증권 발행 만기를 지금보다 장기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경우 같은 만기 국채 발행과의 경합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국채 발행도 같이 장기화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연히 이러한 조치들은 글로벌 자금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매력적인 채권시장에는 돈이 유입될 수밖에 없고 그 규모가 커질수록 외국인 투자가들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장 왜곡을 완화하는 방법들을 찾는 노력은 언제든 중요하다.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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