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 특집]相生, 2010 대한민국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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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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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상생경영 리더는 회장님!”

2010년 대한민국 기업의 화두는 상생(相生)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움직임 하나하나가 주목받는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 챙기다 보니 각기업마다 특색 있는 상생 방안들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2010년 대한민국 기업의 화두는 상생(相生)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움직임 하나하나가 주목받는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 챙기다 보니 각기업마다 특색 있는 상생 방안들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1990년대 TV브라운관용 유리 원료인 장석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면서 삼성은 물론이고 다른 해외 브라운관 생산업체들과 거래를 했던 국내 중소기업 SAC는 2000년대 들어 존폐의 기로에 섰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액정표시장치(LCD)의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 같은 시기에 삼성은 TV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승승장구했지만 LCD용 유리 원료인 라임스톤을 해외에서 수입하다 보니 비용과 품질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였다. 삼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료의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위기에 처한 SAC에 손을 내밀었다.

오랜 협력사이자 광물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SAC와 2007년 ‘원료국산화 협동프로젝트’을 진행한 것.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국산화에 성공했고 폐쇄 직전까지 간 SAC 공장은 다시 살아났다. 삼성도 원료 국산화를 통해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삼성과 SAC의 이같은 ‘상생(相生)’이 요즘 모든 기업의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강조하고 나설 정도로 정부가 앞장서고 있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기업 스스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전제돼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기업 회장들이 상생을 직접 챙기는 이유기도 하다.》
○ 기업 회장들이 직접 챙기는 상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달 24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협력업체 2곳을 찾아가 무보증 융자 지원을 약속했고 “펄프 가격 급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수행 간부들에게 “납품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라”고 지시했다. 현장에서 협력업체의 ‘민원’을 바로 해결한 것.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19일 인천지역 협력업체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도 포항지역 협력업체 2곳을 방문하는 등 상생 행보에 적극적이다. 정 회장과 직접 대화를 나눈 협력업체 대표들에게는 발언에 대해 ‘면책특권’이 부여될 정도로 ‘밑바닥 정서’가 그대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과 정 회장이 지방에 있는 중소 협력업체 공장을 찾아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20일 경남 창원에 있는 세탁기 부품 사출성형업체를 방문해 생산라인을 돌아봤다. 남 부회장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협력회사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협력회사가 자생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본질적인 체질 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협력업체를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삼성의 상생 방안에 대해 “(무엇보다) 결과가 잘돼야 한다. 그게 잘되려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 누구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은 똑같이 노력해야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일회성 상생 프로그램보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본질적으로 강화시켜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 특징 있는 상생 방안 제시

기업의 총수가 모두 ‘상생경영’에 관심을 갖다 보니 기업마다 특색 있는 상생 방안이 나오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지난달 18일 유럽화학물질청(ECHA)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에 아크릴산과 부틸 아크릴레이트 등 2개 물질을 등록했다. 사실 이 등록은 국제환경규제 중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히며 등록을 하지 않으면 유럽에 제품을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등록의무가 있는 중소 제조업체는 대부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LG화학이 이들을 대신해 등록 해 준 것. 이른바 ‘LG화학식 상생 방법’이다.

포스코는 상호 신뢰(Trust)와 동반 성장(Together), 미래 지향(Tomorrow) 등을 담은 ‘3T 상생 경영’을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1차 협력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2, 3, 4차 협력 중소기업까지 포괄하는 산업생태계 차원의 상생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 이를 위해 2만6900여 개 협력업체와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맺기도 했다.

KT는 ‘3P 상생 전략’을 내놨다. 임직원의 참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의 의지(Participation), 동반 성장(Partnership), 그리고 상생문화 확산을 위한 엄격한 원칙(Principle)이 그것이다.

이를 근간으로 KT는 2단계 전략인 ’상생을 위한 3불(不) 선언‘도 발표했다. 첫 번째는 중소기업의 자원 낭비를 막을 것, 두 번째는 협력사의 개발 아이디어를 빼앗지 말 것, 세 번째는 중소기업과 경쟁하지 말 것 등이다. 이외에도 LG전자의 경우 특허청이 시행하는 ‘특허기술거래시스템 구축운영사업’을 통해 최근 개발한 특허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해 상용화하는 방식으로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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