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헝그리 소비층 사로잡은 印기업의 혁신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8:2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인도 농촌 마을에는 특이한 직업이 있다고 한다. 자전거 뒤에 자동차 배터리를 싣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이들 앞에 휴대전화를 손에 쥔 마을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인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 많아 시골 주민들이 이런 식으로 휴대전화를 충전한다.

그렇다고 인도 휴대전화 시장을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인구 11억 명의 인도에서는 한 해 1억 대 이상의 휴대전화가 팔린다. 휴대전화 가입자 증가세도 눈부시다.

세계 1위 휴대전화 브랜드 노키아가 이 황금시장을 놓칠 리 없었다. 이 회사는 인도 현지에 강력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2005년 첸나이에 현지 생산공장까지 세웠다. 극빈층과 최상위 부자가 공존하는 인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수십 달러짜리 저가 제품부터 1000달러가 넘는 고가 제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다. 이 결과 노키아는 인도 시장에서 한때 점유율 75%를 기록했다.

과거 노키아는 인도 시장에서 난공불락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시장 점유율이 2008년 60%대에서 지난해 50%대로 떨어졌다. 노키아를 흔드는 추격자는 애플의 ‘아이폰’도, 한국의 삼성, LG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아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수십 달러짜리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인도 토종 브랜드가 노키아의 인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인도 휴대전화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약 14%로 성장했다. 노키아가 내준 시장의 대부분을 토종 브랜드가 가져갔다는 것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분석이다.

주요기사
수십 달러짜리 인도 휴대전화의 힘은 무엇일까. 저소득층을 위해 저렴한 가격의 휴대전화를 내놨기 때문일까. 노키아도 저가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격 이외의 뭔가 다른 힘이 있다는 얘기다.

2008년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한 현지 브랜드 마이크로맥스는 현재 인도 시장의 4%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회사는 화면은 작지만 한 번 충전으로 5일을 쓰는 저가 휴대전화로 출사표를 냈다. 시골 마을 자전거 충전소 앞에 늘어선 사람들을 보고 개발한 제품이었다. ‘가입자식별카드(SIM)’ 2개가 장착된 이 회사의 휴대전화(한 사람이 여러 이동통신사에 가입해 복수의 번호를 쓰는 인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위아래로 뒤집으면 각각 다른 번호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노키아가 따라올 정도로 인기다.

마이크로맥스는 4개월이면 아이디어를 제품화한다. 디자인과 기능을 현지에서 자체 개발하고 중국에서 생산만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첩하다. 이런 식으로 1년 반 만에 인도 시장에 특화된 휴대전화 37종을 내놨다.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중국, 인도, 아프리카의 저소득층 시장에 주목하고 저가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가격만 낮췄을 뿐이지 소비자의 마음까지는 읽지 못한 듯하다. 반면 인도 토종 브랜드는 기술력과 경험 부족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고객의 욕구 충족에 최선을 다했다.

인도 토종 브랜드의 약진은 혁신이 막대한 연구개발(R&D)비를 투자해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추가하는 데에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진정한 혁신은 고객의 니즈에서 시작해 고객의 주머니에서 끝나야 한다. 혹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겉모습만 화려한 ‘군더더기(bells and whistles)’에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 붓고,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도의 ‘헝그리 혁신기업’이 세계 시장에 던진 화두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parky@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5호(2010년 9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정보의 홍수시대… 네트워크 분석에 답 있다
Management Science 2.0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다. 공격과 수비가 명확하게 구별돼 있고 각 선수의 성적 또한 정량적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축구는 다르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뒤섞여 경기를 하기 때문에 계량적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득점도 제한적이다. 1-0으로 승리한 팀에서 슛을 넣은 선수만 기여도가 높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경기를 관람한 후 각자 의견에 따라 선수의 평점을 매기는 기존의 축구 분석 방식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점 때문에 많은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미국 노스웨스턴대 루이스 애머럴 연구팀은 네트워크 분석을 이용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축구 분석의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장영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생산성연구소 연구원이 애머럴 팀의 네트워크 분석법 개념과 활용법을 소개한다.


최정예 조선 궁기병은 어떻게 몰락했나
▼전쟁과 경영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군대의 주력 부대는 말을 타면서 활을 쏘는 궁기병(弓騎兵)이었다. 궁기병 전력을 극대화하려면 우수한 품종의 말을 대량 보유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군마로 꼽히는 순수 혈통의 몽골 말은 고려 때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조선은 이 군마의 품종과 품질을 보존하고 양성하기 위해 국영 목장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국영 목장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형편없이 낮았다. 말을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목동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전무했다.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경직된 성과 평가 체제로 인해 엄격한 교배를 통한 품종 유지가 원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선은 급기야 민간에 말을 불하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말 시장이 크지 않은 데다 비용 대비 수익성도 형편없었다. 임용한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이 모든 산업을 국유화하고 통제하려다 목축업이 번성할 기회를 놓친 조선 왕조의 실패 사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을 들려준다.


현대사회 리더들, 소크라테스에게 길을 묻다
▼Lecture for CEO


2500년 전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철학자는 소크라테스였다.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한 인물이었던 이유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에 잘 나와 있다. “이 세상 사람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이 모른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모른다는 점을 아는 사람만이 배우려고 한다. 이처럼 배움의 길에는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바로 남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자신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사진)는 이 점이 경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CEO야말로 직원들에게 “나는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를 위해 당신들이 나에게 지혜를 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 현대 사회의 리더들이 소크라테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김 교수의 통찰을 전한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