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Golf]주방가구 ‘넵스’ 정해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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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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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요리와 비슷… 마지막 홀까지 ‘손맛’지켜봐야”

축구 선수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정해상 넵스 대표는 프로암대회를 없애고 여자대회인 넵스마스터스를 4라운드 대회로 개최하고 있다. “4라운드로 치르면 선수들에게 역전의 기회도 줄 수 있어 흥미진진하고 갤러리도 골프의 산해진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사진 제공 넵스
축구 선수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정해상 넵스 대표는 프로암대회를 없애고 여자대회인 넵스마스터스를 4라운드 대회로 개최하고 있다. “4라운드로 치르면 선수들에게 역전의 기회도 줄 수 있어 흥미진진하고 갤러리도 골프의 산해진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사진 제공 넵스
골프는 운동 중간에 뭔가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늘집에서 맛본 별미의 기억이 오랫동안 입안을 떠돌기도 한다.

맞춤형 주방가구 전문업체 넵스의 정해상 대표(49)는 한 술 더 뜬다. “골프와 요리는 아주 비슷한 데가 많아요. 둘 다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짜릿함을 줍니다.”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게 골프이듯 요리 역시 완성되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주방가구 업체로는 국내외를 통틀어 보기 드물게 골프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대회 개최와 프로골퍼 스폰서 등에 팔을 걷어붙였다. 19일 제주 서귀포시 더클래식골프장에서 개막해 22일까지 계속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넵스 마스터피스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총상금을 지난해 5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증액해 우승 상금만도 1억2000만 원에 이른다. 17번홀(파3)에는 수천만 원어치의 주방가구를 홀인원 부상으로 내걸었다. 골프장 곳곳에 예술 작품을 전시해 아트와의 접목을 꾀했다. 갤러리의 정숙을 요청하는 ‘조용히’ 피켓을 도마 모양으로 하고 홀 표시를 주방장갑으로 해 눈길을 끌었다. 대회 대행을 맡은 스포티즌과의 협력으로 스토리가 있는 차별화된 대회를 표방해 신선한 화제를 불렀다.

특이하게 프로골프대회에 늘 빠지지 않는 프로암대회를 없앤 대신 KLPGA투어에서 흔치 않은 4라운드짜리 대회로 늘렸다. “주방의 주인공은 요리사 아닙니까. 골프 대회는 선수와 팬 위주가 돼야 합니다. 3라운드보다 4라운드로 치르면 선수들에게 역전의 기회도 줄 수 있고 갤러리도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요.”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탄탄한 체격을 지킨 정 대표는 축구 선수 출신. 서울 한양공고와 단국대, 한일은행 등에서 공격수로 뛰다 공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군복무를 했다. 줄곧 운동만 하다 은퇴 후 윤활유 영업으로 잔뼈가 굵었다. 화학 회사 근무 등을 거쳐 9년 전부터 넵스의 모기업인 이생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정 대표가 4년 전부터 이끌고 있는 넵스는 1986년 설립됐으며 최근 가파른 성장세 속에 지난해 매출액은 1368억 원.

구력 10년인 정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2007년 이포골프장에서 기록한 76타. 연습 부족으로 요즘은 80대 중반만 쳐도 황송하다는 정 대표는 “멀리건과 컨시드는 절대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록 실수를 했더라도 그 홀 또는 다음 홀에서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얘기. “좌우명이 벼랑 끝에 서 있는 남자입니다. 골프를 치다 보면 아주 작은 공이지만 뜻대로 안 되기도 하고 위기도 자주 맞지요. 포기하지 않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희열을 느낍니다. 대회 관전을 통해 많은 분이 골프의 산해진미를 느끼시기 바랍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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