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현수막…면접 정장 대여…‘사내 아이디어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6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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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덥다. 아스팔트가 뜨거운데 저 열을 이용해서 발전기를 만들면 어떨까?"

LG CNS 이동훈 U엔지니어링지원팀 부장은 언제나 아이디어가 넘친다. 버스를 타도, 길을 걸어도 '이렇게 하면?'이란 생각이 난다. 단순히 생각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실제 가능한지, 경쟁자는 없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 사업성을 검토해 회사 게시판에 올린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올릴 수 있는 '신사업 게시판'이다. 2006년 게시판이 생긴 이후 300여 건이 올라와 2건은 실제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줬다. 이 부장은 2007년 '전자현수막'을 제안해 서울 서초구에 국내 처음으로 이른바 'u-플래카드'를 설치했다.

사내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 신사업아이템을 개발하거나 경영 성과를 높이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외부 컨설팅에 의존했지만 점차 내부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사내 아이디어를 통해 직원들의 참여도도 높아지고 외부에 지출할 비용까지 줄어들자 아예 아이디어 수집 전용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7월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새내기 사원 최준혁 씨도 사내 아이디어로 히트를 쳤다. 취업난으로 수 십 번 씩 면접을 보면서 옷차림을 걱정하는 동창들의 고민을 듣다 '면접 정장 대여 서비스'를 제안한 것. 올해 2월부터 4월 말까지 대학생 고객이 많은 서울 신촌점 등 5개 지점에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 정장을 빌려줬다. 보증금 5만 원만 내면 사흘 간 무료로 옷을 빌려주는 이 서비스에 무려 900여 명이 몰렸다. 최 씨는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젊은층이 백화점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이들을 예비 고객으로 만들고 우리 백화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이 대부분인 스타벅스는 2008년부터 '사이렌 아이디어' 게시판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 지난해 직원 정윤조 씨가 "영수증이 너무 길어서 손님들이 불편해 한다"며 제안한 영수증 줄이기 아이디어는 곧바로 성과를 거둔 사례. 20㎝이던 영수증을 12㎝로 줄여 연간 5000만 원 정도의 경비 절감 효과까지 거뒀다.

변화가 빠른 정보통신 업계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구하는데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 만든 'T-두드림' 사이트의 경우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3단계에 걸쳐 제안서의 실행가능성, 투자계획, 사업전망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 받고 최종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870건의 아이디어가 올라와 1단계를 통과한 아이디어가 40여 건에 달했다. 현재 아이디어 1건이 3단계 심사를 통과해 '비밀리에' 사업화가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부터 '블루 아이'라는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의 아이디어 1700건을 모았고, 이 중 10% 정도를 채택했다. 서비스 개발과 무관한 부서인 경영진단팀의 옥왕룡 과장이 제안한 생활정보서비스(휴대전화 사용자가 자신의 위치를 상대방에게 보내는 서비스)가 대박 사례. 기존의 여러 부가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어서 부가서비스 사용자를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
LG CNS 홍보팀 김종욱 과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신사업 제안 시스템은 경영 실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벤처 창업자들을 훈련시켜주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희진 인턴기자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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