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LH 정상화 방안 ‘先자구 後재정투입’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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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지원 없인 해결할 수 없는 수준” 내부 논의
재정부 “모르는 일”… LH, 건전화방안 내달 발표

청와대가 ‘하루 이자만 100억 원’을 물어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예산을 투입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부채가 총 118조 원(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75조 원)에 이른 LH 문제가 국고(세금) 지원을 통한 개입 없이는 자체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예산 투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고민은 LH의 부실화가 한 공기업의 경영악화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미 경기 성남시 구시가지 2단계 재개발사업이 취소됐고, 경기 파주시 운정지구 등지에서 사업이 지연되면서 정부의 토지 수용을 전제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대체 부동산을 매입한 개인의 불만이 정치 이슈화할 개연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은 “LH의 부채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시책에 따라) 세종시 및 다수의 혁신도시 건설에 나서면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일’이라며 미룰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선(先)자구노력, 후(後)재정투입’이란 틀 아래 LH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세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닌 만큼 절대 서둘러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로선 대규모 직접 지원을 할 경우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을 부르게 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청와대 내에서도 “재정을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LH의 국민임대주택사업과 관련해 “신규 건설사업에 대해 (늘 해오던 대로) 정해진 지원비율에 따라 지원하는 것 이외에 사업 손실을 별도로 막아주는 방안을 전혀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측도 “재정지원을 위해서는 국토부의 예산 요청, 재정부의 예산 배정, 국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아직 청와대나 재정부로부터 어떤 언질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예산을 통한 ‘직접 지원’보다는 지급보증 등의 방식으로 LH의 채권 발행을 쉽게 하고, 금리도 낮추면서 숨통을 틔워주는 방식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사업 수행에 따른 손실보전 등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LH의 강력한 자구노력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정부 내에 이견이 없는 듯하다. LH는 재무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통해 부채축소 및 재정 건전화 방안을 검토해 다음 달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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