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TF 가동 ‘비만증’ 수술 가속도

  • 동아일보

국민은행장 민병덕-KB금융 사장 임영록
■ 컨트롤타워 정비된 KB금융그룹 앞날은

《K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이면서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차기 행장에 내부 출신인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이 내정됐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돼 2001년 11월 통합 국민은행으로 출범한 이후 내부 인사가 행장이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또 올해 1월 8일부터 6개월여간 공석 중인 KB금융지주 사장에는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선임됐다. KB금융은 26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어윤대 회장을 포함해 KB금융의 ‘빅 3’로 꼽히는 국민은행장과 KB금융 사장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덩치만 컸지 생산성이 떨어지는 조직’으로 지적돼온 KB금융과 국민은행의 내부 개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27일 개혁을 주도할 그룹변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 KB금융 위기의식 반영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최근 1년간 관치(官治)금융 논란, 이사회의 난맥상 등으로 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룹 자산의 90%를 차지하는 국민은행은 2분기에 대규모 적자까지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B금융이 민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낙점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국민과 주택은행이 통합한 이후 첫 내부 출신 행장이면서 30여 년간 영업 현장을 지킨 ‘영업통’으로 꼽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부 출신을 발탁해 분열된 조직을 통합하는 기회로 삼고, 영업력을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국민은행은 ‘서로 편 가르기’만 하지 않아도 생산성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정당의 파벌 또는 계파를 판박이 하듯 옛 국민은행,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 국민카드 출신들의 ‘끼리끼리 사내 문화’가 형성돼 “은행이 아니라 꼭 정치판 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행장 인선에도 계파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옛 국민은행 출신을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민 내정자가 앞으로 어떻게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 내정자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 회장의 금융 식견,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저의 영업능력을 접목시켜 글로벌 은행으로 우뚝 솟도록 신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회사 간 시너지 강화

임 전 차관을 KB금융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KB금융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중요 포인트다. 이 자리는 올해 1월 8일 김중회 전 사장이 K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옮겨간 뒤 6개월 이상 공석이어서 “회장 체제로 운영되는 탓에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자리”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KB금융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관료 시절 금융은 물론 거시경제, 세제(稅制), 통상, 남북경협 등을 두루 섭렵한 임 사장의 영입 소식에 이런 비판은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있을 금융산업 재편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으로 바뀌고 있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어 회장이 임 사장에게 KB금융의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효율화 작업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사장도 이날 “그동안의 경험과 능력을 최대한 쏟아 부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일조할 것”이라며 “과거 금융지주회사법을 담당하면서 각종 진입 규제를 완화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전략 수립과 자회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힘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 조직 수술 본격화


KB금융의 컨트롤타워가 정비됨에 따라 어 회장이 ‘비만증을 앓는 환자’라고 진단한 KB금융에 대한 ‘수술’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어 회장은 박동창 전 한국글로벌경영연구소장을 KB금융 부사장으로 최근 영입해 그룹변화혁신 TF 반장을 맡겼다. 박 부사장은 어 회장의 제자이기도 하다. TF는 외부 전문가 3∼5명을 포함해 90여 명으로 구성되며 길게는 1년 동안 KB금융의 전반적인 내부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계열사 사장 인사도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어 회장은 차기 행장 및 지주회사 사장 인사에 앞서 23일 8개 계열사 대표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았다. 이 가운데 1, 2명은 교체되고 나머지는 재신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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