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Golf]최나연, L자 퍼터로 교체 모험… LPGA 시즌 첫승 ‘큰일’

  • 동아일보

■ 궁합 맞는 퍼터 찾기

나이키 제품 쓰는 우즈
퍼터는 ‘캐머런’ 10년 애용

빠른 그린에선 ‘블레이드’
느린 그린에선 ‘맬릿’이 유리

라운드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클럽은 무얼까. 미국의 전설적인 골프 교습가 하비 페닉은 “퍼터, 드라이버, 웨지 순서”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18홀을 돌면 드라이버는 14번 꺼내지만 퍼터는 아무리 컨시드를 많이 받는다 해도 23∼25번은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평균 타수 1위(69.54타)에 오른 어니 엘스(남아공)의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는 28.89개(공동 58위)다.

이토록 퍼터는 중요하지만 주말 골퍼들은 이를 소홀히 여길 때가 많다. 연습장에서도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손이 얼얼할 정도로 휘둘러도 퍼터는 외면하곤 한다.

‘퍼터는 돈’이라는 말이 있듯 프로 골퍼들은 퍼트 때문에 울고 웃는다.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코닝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최나연(SK텔레콤)은 대회 전날 퍼터를 바꾸는 모험을 했다. 라이프 퍼터의 아바코 모델로 전통적인 L자형에 헤드는 반달 모양의 맬릿형으로 된 퓨전 형태였다. L자형 퍼터는 상당히 예민하고 스트로크가 나쁠 때는 부정확해지는 단점을 지녔다. 이런 퍼터를 쓰는 선수로는 필 미켈슨(미국)이 대표적이다. 최나연은 “헤드의 토 쪽이 묵직해 방향성이 좋아져 효과를 봤다”고 칭찬했다.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퍼터는 걸핏하면 바꾸게 되는 클럽이기도 하다. 비제이 싱(피지)은 한 대회 동안 퍼터를 3번이나 바꾼 적이 있으며 집에 수천 개의 퍼터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국내 남자 골프의 영원한 현역 최상호는 1978년 프로 입문 후 32년 동안 퍼터를 5번밖에 교체하지 않았다. 퍼트의 귀재로 불리는 최상호는 “핑 앤서 퍼터는 20년 가까이 쓰기도 했다. 물자가 귀한 시절이기도 했지만 연장을 자주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 등은 모두 나이키 제품을 쓰면서도 퍼터만큼은 스코티 캐머런 뉴포트2를 10년 넘게 애용하고 있다.

퍼터는 흔히 헤드 모양에 따라 일자형 스타일의 블레이드와 맬릿으로 크게 나뉜다. 블레이드 퍼터는 무게를 힐과 토에 공통적으로 분산시켜 스트로크가 안정되고 방향성이 뛰어난 골퍼에게 유용하다. 맬릿 타입은 어드레스를 했을 때 목표 방향으로 정렬하기 쉽고 퍼터의 흔들림을 막아줘 임팩트가 불안정한 골퍼에게 좋다.

부드럽게 쳐야 하는 빠른 그린에서는 블레이드 퍼터가 유리하고 약간 힘을 줘서 때려야 하는 느린 그린에서는 맬릿 스타일 퍼터의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볼 퍼터로 대변되는 특수형 퍼터도 쏟아지고 있다. 송곳니, 항공모함 등 그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국내 남자 골프를 호령했던 독사 최광수는 한때 5만 원짜리 대만제 퍼터를 앞세워 정상을 질주했다. 퍼트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꾸준한 노력만이 궁합에 맞는 퍼터를 찾는 왕도가 아닐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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