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Leader]‘고객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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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모든 혁신과 아이디어는 고객으로부터…
모든 목표와 성과는 고객만족을 향해…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장에는 언제나 기대감과 환호가 넘친다.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을 입고 무테안경을 걸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나타나면 관객들은 신제품을 보기도 전부터 함성과 함께 갈채를 보낸다. 이들의 열광은 잡스 CEO가 ‘extraordinary(놀라운)’ ‘unbelievable(믿기 어려운)’ ‘awesome(엄청난)’과 같은 수식어를 하나씩 내던질 때마다 더욱 증폭된다. 그 모습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특정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노트북,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등 제품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이들은 ‘애플이니까’ 기대한다. 이는 애플이 그간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혁신’의 결과다.
미학적인 제품 디자인과 아이튠스, 아이폰앱 등이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
애플은 ‘기계’뿐 아니라 ‘감성’과 ‘콘텐츠’까지 파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력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고객들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혁신만이 고객과 기업의 만족을 낳는다


과거 고객만족의 개념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기업들은 ‘고품질, 저가격, 최고의 서비스’만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피자배달이 30분 이상 늦어지면 제품을 공짜로 주겠다든지,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24시간 이내에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하겠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2010년의 소비자들에겐 이 정도는 ‘기본’으로 인식된다. 없으면 불만의 이유가 되지만, 있다고 해서 고객만족도가 크게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만큼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업들은 ‘혁신을 통한 고객만족 창출’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현대차를 구입한 고객이 1년 내 실직할 경우 차를 반납받고 차 값을 되돌려주겠다’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현지 시장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판매방식으로, 새 차를 사고는 싶지만 그러기엔 앞날이 너무 불안했던 미국 소비자들의 상황을 간파한 마케팅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차는 5%대였던 미국 시장 점유율을 7.3%로 끌어올리며 닛산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불황 속에서 세계 6위 자동차 기업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시장의 위기 속에서 혁신을 통해 고객만족과 기업 성장을 이뤄낸 또 다른 사례로는 웅진코웨이가 있다. 웅진코웨이는 외환위기 당시 정수기 ‘렌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경영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역시 정수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굳이 구입할 생각은 없었던 고객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내놓은 혁신적 서비스였다. 웅진코웨이는 이를 통해 고객만족을 얻어낸 것은 물론이고 당시 수천 명에 달하는 판매사원 고용을 창출해내며 기업이미지까지 개선시켰다.

혁신의 씨앗, 고객 속에서 발견하라

제품의 콘셉트 자체를 혁신시켜 고객만족을 얻어낸 사례도 있다. 2007년 출시 당시 미국 전역에서 물량부족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인기였던 닌텐도 ‘위(Wii)’ 게임기는 ‘몸으로 하는 비디오 게임’이라는 새롭게 고안된 게임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위’는 그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기를 사주면서도 남모를 죄책감을 느껴야 했던 부모들에게 건강에도 좋고, 아이들도 좋아하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부모 고객들의 심리적 만족감을 극대화했다.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인 덴마크 레고그룹은 아예 고객들이 제품을 제작하게 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경우다. 레고 측은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라는 3차원(3D)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소비자들에게 무료 배포한 뒤 고객들이 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제품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디자인은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팔았는데, 제품 박스에는 이를 디자인한 고객의 얼굴과 이름을 넣고 수익도 배분했다. 이는 고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레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인 것은 물론이고 다양하고 창조적인 제품 디자인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 사례는 소비자들의 필요를 미리 간파하고 그에 맞는 혁신적 제품 및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21세기형 고객만족 경영법임을 보여준다. 서강대 경영학부 남기찬 교수는 “상당수의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는 것을 혁신이라고 생각해 기존 상품 개선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진정한 혁신은 경쟁사가 아닌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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