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의 KB금융 앞날은…“금융의 삼성전자 육성 우리금융 인수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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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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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대형화에 강한 의지
세계50위권 도약 추진
‘관치’ 논란 불식 과제
‘무늬만 공모’ 지적도

《예상과 달리 싱거운 승부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금융그룹 회장 선출전’은 선두주자로 평가받던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5일 세 후보에 대한 면접을 마친 뒤 10분 만에 1차투표에서 어 위원장을 회장 내정자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황영기 전 회장 사퇴 이후 9개월간 지속된 KB금융의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KB금융 조직이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제 위상에 걸맞게 세계 50위권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어 위원장의 성향을 감안할 때 은행 간 인수합병(M&A) 등 금융권 재편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 10분 만에 끝난 승부

회추위는 이날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면서 면접시간은 물론 장소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외부 개입설이 끼어들 소지를 없애고 노동조합의 돌출 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지난해 말 강정원 KB금융 회장 직무대행 겸 국민은행장을 차기 회장에 내정하는 과정에서 관치(官治)금융 논란을 겪고 일부 사외이사가 물러나는 홍역을 치른 회추위로서는 나름대로 절박한 결정이었다.

후보 면접은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오전 9시부터 어 위원장,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순으로 각각 90분씩 진행됐다. 마지막 후보의 면접이 끝난 뒤 10분간 휴식시간을 가진 회추위원들은 곧바로 ‘1인 1표’의 투표에 들어가 10분 만에 결론을 냈다. 임석식 회추위 위원장(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은 “어 후보가 3분의 2인 6표 이상을 득표했다”며 “회추위 내부에서 사전에 합의한 대로 나머지 후보를 선택한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만장일치로 단독 회장 후보로 추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보들이 제시한 KB금융의 청사진은 대동소이했다. 대부분 KB금융의 조직통합 문제, 경쟁사보다 떨어지는 생산성 향상 방안, M&A를 통한 그룹 성장 방안 등을 발표했지만 내용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위원들의 전언이다. 한 회추위원은 “발표 내용 외에도 복수의 헤드헌터사를 통해 입수한 평판 조회 결과와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어떤 위원이 어느 부분에 가중치를 줬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면접은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상당수 회추위원들은 후보자를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한 뒤 면접장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당국이 개입했다는 징후는 없지만 회추위원들이 청와대나 금융당국의 기류를 파악한 뒤 어 위원장을 밀어줬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 관치 논란은 부담

어 회장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융업이 새 성장 동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한다”며 “우리금융이 KB금융보다 사업 다각화가 잘돼 있어 시장에 나오면 조건을 보고 인수전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금융그룹 합병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3월 말 기준 KB금융의 총자산은 325조6000억 원으로 2위인 우리금융(325조4000억 원)과 합칠 경우 세계 50위권의 메가뱅크로 거듭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5일경 우리금융그룹의 지분 매각을 비롯한 민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어 회장 내정자가 취임하면 M&A 외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KB금융 내부의 조직통합이 시급한 문제다. 그룹 순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만 하더라도 옛 국민은행,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 국민카드 등 이질적 문화를 가진 구성원들이 여전히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현재 공석인 KB금융 사장을 선임해야 하고 국민은행 행장 공백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강정원 행장의 임기는 올 10월이지만 새 회장이 선출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거취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 회장 내정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이고 현 정부에서 장관급 위원장까지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치금융 논란은 이번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회장이 민간 금융인의 신분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은행 총재 인선 등 고비마다 그의 발목을 잡았던 재산문제 의혹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회추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어 회장 내정자가 일찌감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점을 들어 “결과적으로 ‘무늬만 공모’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은행 노조는 15일 오전 7시 반부터 KB금융 명동 본사 앞에서 “누가 회장으로 선출되더라도 낙하산이라고 판단한다”며 농성을 벌였다.

어 회장 내정자는 이에 대해 “만약 당국이 나섰다면 회추위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1978년 박사 논문 심사를 받은 이후 가장 혹독하고 객관적인 테스트를 받았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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