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스페인… 금융불안 全유럽 확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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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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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신용등급 하향 여파로 글로벌증시 출렁
금융회사 부채 80%, 獨-佛등 해외시장서 조달
“상환몰린 6, 7월 고비… 리먼사태수준 충격 올수도”

한동안 국제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남유럽 재정위기의 불길이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번지고 있다. 스페인 저축은행들의 부실이 서유럽 대형 금융회사로 확산될 경우 세계 경제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와 같은 극심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달 29일 스페인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뉴욕 증시는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31일 서울 외환시장도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장 초반 20원 이상 급등하면서 불안이 재연되는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 국가재정은 그리스에 비하면 외견상 훨씬 건전해 보인다. 2009년 스페인의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53.2%로 그리스(112.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부문 외채 비중도 18.3%로 그리스(65.3%)보다 많이 낮다.

그런데도 국제금융시장이 스페인을 주목하는 것은 부동산 버블 붕괴로 부실이 쌓인 스페인의 금융회사들 때문이다. 민간 부문의 부실이 확대되고 이를 스페인 정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유럽 경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페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10여 년간 해외자금 유입, 노동력 공급 확대 등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1995∼2007년 연평균 3.5% 성장하면서 세계 9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이 기간 스페인 부동산 가격은 세 배가량 오르며 경제성장과 고용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스페인 부동산 시장도 급격히 냉각됐고 부동산 대출은 부실로 되돌아왔다. 특히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저축은행들 상당수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 지방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중앙정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저축은행들은 2006년 이후 대형은행들이 부동산담보대출을 줄일 때도 대출을 계속 늘렸다. 2009년 9월 현재 저축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이 3332억 유로(약 490조 원)로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게다가 이들 금융회사 부채의 대부분은 서유럽의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한 것이다. 스페인 금융회사 부채의 80%가 해외에서 조달한 것으로 이 중 독일은 1763억 유로, 프랑스는 1415억 유로를 빌려줬다. 스페인 금융회사가 부도나면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구조다.

스페인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990억 유로(약 150조 원)의 은행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하고 1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부실 은행들을 통폐합하고 추가로 출자해 부도 위험을 제거해야 하지만 노사 간, 지방정부 간 갈등 때문에 아직까지 구조조정 실적이 없는 상태다. 최근 스페인 중앙은행이 최대 저축은행인 카하수르 국유화를 발표한 것도 스페인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은 “스페인 문제는 6, 7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스페인 금융회사들이 연쇄부도가 나고 독일 프랑스 등 대형 금융회사로 부실이 전이될 경우 예상보다 훨씬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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