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70세 기업이지만 체력은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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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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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세 경영인’ 조현식 한국지역본부장에게 듣는다

‘취직하고 싶은 회사’ 만들기 위해
TF팀 만들고 외부홍보 적극 나서

평사원들과 번개모임 자주 가져
애로사항 듣고 해결책도 마련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빌딩에서 진행한 본보 인터뷰에서 “한국타이어는 나이는 70세이지만 몸 상태는 팔팔한 30대”라며 “총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시장에서 나오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했다. 1941년 설립된 한국타이어는 세계 7위, 국내 1위의 타이어업체다. 홍진환 기자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빌딩에서 진행한 본보 인터뷰에서 “한국타이어는 나이는 70세이지만 몸 상태는 팔팔한 30대”라며 “총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시장에서 나오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했다. 1941년 설립된 한국타이어는 세계 7위, 국내 1위의 타이어업체다. 홍진환 기자
“한국타이어를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태스크포스(TF)팀도 만들고 임무도 줬습니다. 5년 안에 취업하고 싶은 기업 10위 안에는 들어야죠.”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 서울 본사에서 만난 조현식 한국타이어 한국지역본부장 겸 마케팅본부장(부사장·40)은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형이다. 한국타이어 등기이사인 그는 5.79%의 한국타이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순발력보다 진정성 보려 한다’

선뜻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그는 “나부터 나서서 회사 홍보를 해야 할 것 같아서”라며 웃었다. 한국타이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오래돼서 활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런 잘못된 생각을 고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역사가 69년이고 전통적인 제조업이다 보니 ‘늙은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어야 하는데, 저희 잘못이다. 그러나 나이만 70세이지 몸 상태는 30대인 팔팔한 기업이다. 회사 차원에서 관성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한다. 매출액과 이익만 보는 게 아니라 시장 트렌드와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년 조사하고 있다. 사원 만족도는 외부 컨설팅 회사가 놀랄 정도로 높다. 포장을 못해 외부에 안 알려졌을 뿐이다.”

―어떤 인재를 뽑고 싶나. 면접시험 때는 주로 어떤 점을 보나.

“신입사원 면접에서는 순발력보다 진정성을 보려 한다. 면접에 들어갈 때는 우리도 ‘면접으로 인재 고르는 법’을 배우고 들어간다. 그래야 떨어진 사람도 덜 억울하지 않겠나. 그날 헤어스타일이나 컨디션 때문에 떨어졌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나. 그런데 답변은 어디서 배워서 오는지 다들 너무 한결같다.”

―금호타이어와는 전통적인 업계 라이벌이었는데 최근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국내 시장에서 금호타이어와의 라이벌 구조는 깨졌다고 본다. 갑자기 바뀐 게 아니라 5년 전부터 변화가 있었다. 주주와 종업원, 고객이 회사의 3대 구성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중 어느 한 부분에만 고통 분담을 시키지 않고 잘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거나 경제 위기가 와서 가격을 올리더라도 원가 절감 노력을 하고, 종업원들은 성과급을 줄이고 주주의 배당금도 깎는다. 믿음을 쌓아 참여자들이 모두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는 구조를 만들었다.”(이 설명은 최근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을 겪은 금호타이어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들렸다.)

○ “전문경영인 체제 장점 많아”

―‘3세 경영인’이라는 말이 부담스럽지 않나.

“내가 (3세 경영인이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누가 인정해주겠나. 부담이 되는 만큼 더 처신을 잘해야 하고 의사결정에서 실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할 때는 평사원들의 의견까지 다 들어본다. 내가 평사원들과 ‘번개 모임’도 자주 해서 악명이 높다. 올해부터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영업사원 차량을 리스로 구입했다. 이전에는 차량 유지비를 회사가 보조해줬는데, 차 크기가 다른 사람들끼리 불만이 있다는 것을 번개 모임에서 알게 됐다. 사내 육아시설도 마련하려 한다. 요즘은 남자들도 애를 보는 시대 아니냐.”

―한국타이어는 3대째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전문경영인이 구체적으로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하고 우리가 못 보는 부분도 세심히 관리한다. 단점이 있었으면 회사가 삐걱대지 않았겠나. 우리는 조언만 할 뿐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나는 근무연수도 짧다.”

○ “6공장은 인도네시아 유력”

―해외 제6공장은 어디에 설립할 계획인가.

“빨리 정해야 하는데 지금 여러 조건을 보면 인도네시아가 가장 유력하다. 내수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출 비중이 줄어든 중국 공장들을 대신해 수출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공장이 필요한데, 인도네시아에 그런 공장을 세우면 원료 수급이나 물류비, 관세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올해 가격 인상은 없나.

“올해 시장 전망은 그리 나쁠 것 같진 않지만 가격은 한번 올려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수요가 많다 보니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원가 절감 노력을 최대한 할 것이다.”

―최근 타이어업계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초고성능 타이어에서 수익이 많이 났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연료를 덜 소비하면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소음이 적은, 기본에 충실한 ‘친환경 다기능 타이어’가 앞으로 대세라고 본다. 타이어의 마찰력과 제동력을 측정하고 등급을 매겨서 제품에 표시하는 ‘타이어 효율등급제도’가 한국에도 내년에 도입되는데 시장이 이 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본다.”

―다른 사업 분야에 진출할 생각은 없나.

“타이어산업은 장치 산업이어서 투자액이 대단히 많다. 우리가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면 되지 모르는 분야에까지 뛰어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조현식 부사장은 ▼

―1970년 서울 출생 ―1995년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부 졸업
―1995∼1997년 일본 미쓰비시상사 미국지점 근무
―1997년 한국타이어 입사
―2001년 한국타이어 상무보
―2002년 한국타이어 해외영업부문장 상무
―2006년∼현재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 본부장(부사장)
―2008년∼현재 한국타이어 한국지역본부 본부장(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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