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등 스폰서, 합병성사만 관심… 일반투자자 이익 해칠수도
전문가들 “전문성 갖춘 기관투자가 참여 늘려 감시 강화해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다시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 11일 ‘우리스팩1호’가 상장된 데 이어 ‘신한제1호스팩’도 24일 코스닥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달 말 교보KTB스팩을 시작으로 다음 달까지 공모청약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시장의 열기는 초기만 못하다. 스팩 투자 주체의 이해상충 문제와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스폰서와 투자자의 동상이몽(同床異夢)
한때 공모가의 2배 이상을 넘기며 급등했던 스팩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 부근으로 떨어졌다. 상장 후 적어도 1년은 지나야 인수합병(M&A)이 가시화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스팩 주가가 공모가 근처에서 맴도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스팩 투자 주체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가 갈등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팩의 주주 구성은 스폰서(발기인, 경영인, 증권사)와 일반투자자로 나뉘어 있다. 전문가들은 스팩 스폰서가 합병 조건보다는 합병 성공에만 신경 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스폰서는 합병에 실패하면 초기 투자금액을 운영자금으로 쓴 뒤여서 손해를 보고 업계 평판도 나빠진다. 따라서 어느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합병을 강행하려 할 것이라는 논리다. 주식도 공모가보다 싸게 받았기 때문에 합병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지분을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폰서의 경제적 동기는 부실 기업과 합병하거나 합병 대상 기업을 높게 평가해 일반투자자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며 “스팩이 기존 부실 기업의 수명 연장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폰서 증권사는 자기자본투자(PI), 기업공개(IPO) 업무 외에 합병 투자자문까지 할 수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크다. 증권사가 투자한 회사에 투자자문까지 한다면 객관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업무 관계자는 “어디까지를 합병 투자자문으로 볼지 명확하진 않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할 것”이라며 “증권사도 평판이 중요하므로 부실 기업과 무리하게 합병하진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팩 투자자들이 전문성을 갖춘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스팩은 80% 이상이 기관투자가로 구성돼 스폰서를 감시한다. 김 연구위원은 “연기금이 많이 참여하게 하거나 사모투자펀드(PEF)를 활성화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금융회사들도 자금 조달이 쉬운 소규모 스팩을 많이 만들기보다는 새 사업모델을 가진 전문 스팩을 세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법인세법 시행령도 발등의 불
이달 정부가 내놓은 법인세법 시행령도 스팩의 발목을 잡고 있다. 7월 시행될 개정 시행령은 ‘피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합병 후 세제혜택(과세이연)을 받기 위해선 3년간 지분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IPO를 해도 최대주주 보호예수기간이 1년인데 합병 뒤 3년간 지분을 팔지 못하게 못 박은 것은 너무하다”며 “M&A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스팩이 합병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등은 당국에 과세특례 적용을 요청할 예정이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지만 스팩에만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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