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성장기지 ‘경제자유 구역’]<7·끝>인천 현주소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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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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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잡힌 국제학교-병원… 규제 안풀면 ‘세계 속 인천’ 물거품
국제학교 짓고도 개교 못해… 개발계획 승인에만 9개월 걸려

“한국기업도 안오는데 왜 가나”
외국 투자자 ‘경쟁력 없다’ 외면
투자자 입장서 마스터플랜 짜야

《인천 경제자유구역(FEZ) 송도 국제업무단지 내 상가 ‘커낼워크’는 최근 완공됐지만 임차인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올해 말 준공을 앞둔 국내 최고층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65층)도 사무실 입주 계약이 한 건도 체결되지 않다가, 미국의 시스코가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본부’를 두기로 하면서 간신히 숨통이 트였다. 21세기 미래 도시 모델로 기대를 모았던 인천 FEZ에 대한 해외 기업과 투자자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도시는 미래지향적이지만, 기업과 투자자가 체감하는 정책적 매력과 효율성이 이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지수(FCI)를 평가한 결과에서도 종합 순위 7위를 차지한 인천의 정책·운영경쟁력은 15위에 머물렀다.》○ “개발 계획 승인만 270일 걸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연세대 송도캠퍼스 인근 11공구 10.9km²를 매립하기 위해 2003년부터 정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매립승인을 받지 못했다. 환경파괴 논란 등의 ‘암초’에 걸려 매립면적만 8.26km²로 축소시킨 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자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개발이익금 1700억 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완공한 국제학교도 개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운영자를 외국 비영리학교법인으로 제한하고 이익의 해외송금을 차단하는 규제가 장애물이다. 초기 투자비 부담을 떠안고 단독으로 국제학교를 운영할 비영리법인이 나설 때까지 누군가가 투자 손실금을 보전해 줘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을 위한 필수시설인 국제병원은 미국 존스홉킨스와 서울대가 투자자로 나섰는데도 국내 법규가 없어 개원이 요원하다. 이 병원은 5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의사 간호사 등 5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영리병원 허용을 담고 있는 관련법이 5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제동이 걸렸다.

NSIC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에서 개발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최고 30여 개 법률에 65개 사항을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며 “통상 270일 정도 걸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승부

국내 대표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들어선 센트럴파크와 국제업무단지. 세계 일류 신도시로 건설되고 있지만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사진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내 대표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들어선 센트럴파크와 국제업무단지. 세계 일류 신도시로 건설되고 있지만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사진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번 FCI 조사에서 인천은 정책·운영 경쟁력만 끌어올려도 선두권 도약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후발 주자인 인천 FEZ의 미래가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인적 자원 등의 잠재 역량을 극대화하는 차별화된 정책과 운영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2%인 법인세율을 경쟁상대인 홍콩(17.5%)이나 싱가포르(18%)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제조, 물류, 관광 분야로 제한된 조세감면 대상도 고부가가치 서비스, 첨단 기술산업 분야로 확대하고 FEZ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에도 세금 감면 혜택을 줘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허동훈 박사는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대기업도 안 들어가려는 곳에 왜 들어가야 하느냐’고 되묻곤 한다”며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와 지역 균형발전에 국한된 경제자유구역의 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별 중장기 전략과 실행 방안도 필요하다. 폴란드는 15년째 재직 중인 경제특구청장이 있을 정도로 중장기 관점에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친환경 경제특구인 마스다르는 인재와 기업 유치를 위한 첫 단계로 관련 분야 대학원을 설립하고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를 유치했다. 친환경 기업 육성과 투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민간 기업과 2억6500만 달러 규모의 클린텍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중국과 ‘하드웨어’로 경쟁할 수는 없다”며 “투명한 시스템 등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중국과의 협업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고객의 눈으로 마스터플랜을 짜라

본격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의 눈에서 전략, 조직,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영훈 모니터그룹 부사장은 “경제자유구역청의 권한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과 평과도 철저히 하는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며 “민간의 노하우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경제개발청(EDB)의 이사회나 중국의 경제특구 톈진 빈하이의 자문위원회는 각각 구성원의 59%, 46%가 기업인 등 민간 출신일 정도로 민간 참여가 활발하다.

국내 6개 FEZ의 해외투자 상담창구를 일원화하는 한편, KOTRA 등 관련 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해외 투자자를 찾아가는 선제적인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정책적 지원도 소극적 투자 안내에서 찾아가는 투자 유치와 투자 기업의 성장을 돕는 사후관리로 확대돼야 한다.

싱가포르, 두바이, 홍콩 등은 투자 기업의 성장을 돕는 전담팀과 입주기업 커뮤니티 서비스 등의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부다비나 두바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영어로 투자 유치를 상담하는 식의 ‘사이버 경제자유구역’ 서비스도 ‘언어 장벽’을 완화하는 대안이다.



■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 게일 대표
“올해 외자유치 원년… 세금혜택 아쉬워”



“지난해 572만 m²의 송도 국제업무단지 기반시설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외자 유치에 나서겠다.”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의 대표를 맡고 있는 스탠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사진)은 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개발 사업과 외자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게일 대표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주거지를 옮겼다.

―NSIC의 투자 개발사업은 어느 정도 진척됐나.

“지난해까지 개발 이익금 전체인 8000억여 원을 투입해 센트럴파크, 컨벤션센터, 호텔, 국제학교, 도로 등 1단계 인프라 공사를 마쳤다. 올해는 본격적인 외자 유치 원년이 될 것이다. 65층 동북아트레이드타워, 국제학교, 골프클럽 등 외자유치 핵심시설도 올해 완공된다.”

―외국 기업들이 왜 투자의향서만 체결한 채 입주하지 않나.

“송도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는 많으나 그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외국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는 각종 인센티브 지원책이지만 경쟁 경제자유구역(FEZ)보다 뒤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책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개선책이 필요한가.

“해외 경쟁도시보다 세금혜택이 적다.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 서비스, 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산업군을 공략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이들 업종에 대한 세금혜택이 전무하다. 외국기업 유치로 만들어질 일자리, 노하우 및 신기술 습득 등의 국익이 외국기업들이 벌어가는 이윤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 ‘블루오션 전략’ 저자 김위찬 교수의 조언
“타깃 투자자 정해 남과 다른 전략 세워야”



“인천 등 한국 경제자유구역은 30여 년 전 열악했던 두바이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 두바이도 이런 약점을 극복했는데, 한국이라고 못할 게 없다.”

‘블루오션 전략’을 창시한 경영석학인 김위찬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EAD) 교수(사진)가 5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주어진 환경이 열악해도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약점을 극복하고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80개국에서 출간된 ‘블루오션 전략’의 공동 저자로 유럽연합(EU) 자문위원과 말레이시아 국가 고문도 맡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강점은 무엇인가.

“경제자유구역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전략적인 유연성을 발휘하고 차별화된 정책을 펼쳐 구조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무수히 많다. 모든 기준에서 상대방을 능가하는 게 가장 확실하겠지만, 이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어떤 투자자를 유치할지, 이들의 전략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 그런 다음 경제자유구역의 고유한 장점과 목표로 하는 투자자의 수요를 어떻게 연계시킬지를 따져봐야 한다. 중국 정부는 개방 초기 본국 투자를 희망하는 해외 화교를 타깃 투자자로 삼고 선전(深(수,천))을 해외 화교와 글로벌 시장을 잇는 교두보로 삼았다. 중국이 다른 지역을 무작정 따라했다면 차별화된 저비용의 가치를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성장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목표로 하는 투자자를 선별하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자유구역 운영을 통해 국가와 시민에게 편익과 수익을 제공하는 모델도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투자자와 지역 주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의 이해를 조율하는 ‘사람에 대한 제안’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별취재팀>
▽팀장=배극인 미래전략연구소 신성장동력팀장
▽미래전략연구소=조용우 박용 한인재 하정민 김유영 신수정 기자
▽편집국=박희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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