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성장기지 ‘경제자유 구역’]<4>두바이-아부다비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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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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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노사분규-외환·기업규제 없는 4無행정… 정책 매력도 1위

파격 인센티브로 기업유치… 110개국 6400개社 입주
금융위기 넘는 엔진 역할

과도한 해외차입엔 반성… 아부다비 “경제구조 다각화”

지난달 25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도심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고점 대비 50%까지 하락했다. 부동산 건설업과 금융업의 침체로 밤에는 불 꺼진 대형 빌딩이 적지 않았다. 해외 건설 노동자

위기 속에서 순항하는 지역도 있다. 1985년 중동 최초로 설립된 경제자유구역인 두바이의 제벨알리프리존(JAFZ)이다. 지난해 말 모기업인 두바이월드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며 부동산 개발 회사인 나킬 등의 자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JAFZ는 구조조정에서 제외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화물 물동량이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로 증가하면서 JAFZ는 예전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JAFZ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지수(FCI) 순위를 평가한 결과에서도 4위를 차지해 7위에 그친 인천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됐다.

○ 두바이 위기 돌파구는 산업물류 허브

JAFZ 등 두바이 경제자유구역의 강점은 홍콩, 싱가포르에 뒤지지 않는 기업 친화적인 환경과 투자자의 비용을 줄여주는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 및 행정 서비스다. 세계 6위의 항만인 제벨알리 항을 보유한 JAFZ에는 포천 500대 기업 중 150개를 비롯해 세계 110개국 6400여 개 기업이 입주했다.

JAFZ는 이번 FCI 조사에서 비싼 땅값과 높은 인건비 등으로 요소 경쟁력은 인천(6위)보다 낮은 7위였지만 정책·운영경쟁력 항목에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세금, 외환 규제, 외국인 기업 소유 규제, 노동쟁의 등이 없는 ‘4무(無) 정책’으로 정책 매력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도 강점이다. JAFZ 내에는 연간 1억50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항인 알막툼 국제공항이 건설 중이다. 이 공항은 6차선 고속도로를 통해 제벨알리항과 20분 내로 연결된다.

아데티 찬구라니 JAFZ의 홍보담당 매니저는 “사업자등록 갱신 등 인허가 업무의 80%는 온라인으로, 나머지 20%는 고객지원센터에서 ‘원 스톱’으로 해결해 준다”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경제자유구역 시스템을 수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고객이 성장하면 우리도 성장”

두바이는 세금을 파격적으로 깎아주면서도 재원을 확보하는 수익모델도 마련했다. 공기업이 개발 사업을 맡아 수익을 올리고, 각종 수수료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파하드 알 게르가위 두바이 경제개발부 외국인투자청(FIO) 최고경영자는 “두바이 자체가 연구개발(R&D) 실험실”이라며 “자본과 국적을 가리지 않는 ‘상인의 사고방식(Trader's Thinking)’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접목해 고유의 경쟁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객가치를 높이는 차별화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세금 감면과 각종 혜택만 늘려서는 두바이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

JAFZ관리청은 입주 기업의 각종 민원을 한꺼번에 처리해주는 ‘아흘란’(아랍어로 환영한다는 뜻) 팀을 운영하고, 온라인에 입주기업들이 회사 소개, 상품 전시, 각종 무역 정보를 공유하는 가상 경제자유구역인 ‘JAFZ 링크(Link)’도 개설했다. 두바이 경제개발부 내에는 입주기업의 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전담조직이 따로 있다. JAFZ는 1996년 세계 경제자유구역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9001:2000 품질경영시스템 인증도 받았다.

모하마드 알 바나 JAFZ관리청 부사장은 “고객의 성장이 우리의 성장”이라며 “‘가격 경쟁’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뛰어난 ‘두바이 서비스’로 승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아부다비, 장기 플랜으로 승부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바이 모델’의 약점도 드러났다. 해외 차입에 의존해 성장하면서 부동산 거품과 난개발이 진행됐고, 물가 상승에 따른 고비용 구조로 경쟁력과 신뢰도 떨어졌다. 이번 조사에서도 JAFZ는 높은 빈부격차, 신용등급 하락으로 사회 안정성 항목에서 14위에 그쳤다.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두바이의 문제는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 탓도 있지만 성공에 안주해 과잉 투자와 차입으로 자체 수익 기반을 약화시킨 내부적 요인도 있다”고 분석했다.

탄탄한 재정을 보유한 인접 토후국인 아부다비는 두바이의 교훈을 거울삼아 2030년을 목표로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제조업 등 신성장 산업으로 다각화하는 장기 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경제구조 다각화에 성공한 산유국 노르웨이, 세계 최고의 기업 환경을 보유한 싱가포르와 홍콩의 장점을 도입하고 있다.

아흐마드 아부 가이다 아부다비 경제개발부 경제기획국장은 “현재 아부다비 경제는 석유 분야가 60%, 비석유 분야가 40%를 차지하지만 2030년경은 석유 40%, 비석유 60%로 뒤집힐 것”이라며 “사업 허가를 하루면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등 사회 전 분야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부다비 친환경 특구 ‘마스다르’

공기업 개발 주도… 대학-벤처육성까지 맡아


아부다비 정부는 특화된 경제특구를 통해 경제구조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부다비 도심 외곽에 면적 6km², 인구 5만 명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친환경 경제특구인 마스다르 시.

에너지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탄소제로’ 도시를 지향하는 마스다르는 단순한 도시개발을 뛰어넘는 시스템적인 접근방식으로도 지난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소개되기도 했다.

공기업인 아부다비 퓨처 에너지 컴퍼니(마스다르)는 도시개발, 마스다르과학기술대학원(MIST), 산업, 투자, 탄소관리 등 5개 사업 부문을 총괄한다. 단순한 도시개발에 그치지 않고 인재 육성과 산업 육성을 위한 벤처캐피털 역할까지 맡고 있다.

나왈 알 호사니 마스다르 부국장은 “학교, 연구개발(R&D), 기업, 벤처 투자 등 친환경 산업 관련 가치사슬을 6단계에 걸쳐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스다르는 1단계로 지난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를 유치했고 올해 하반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으로 설립한 MIST가 문을 연다.
■ 인도의 실패에서 배운다

105개 경제특구 중 5,6개 빼곤 실패
허가 남발-민간주도 난개발이 원인


인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5개의 경제특구(SEZ)를 보유하고 있다. 설립 허가를 받은 곳은 무려 575개로 양적인 규모는 단연 세계 최대다. 하지만 인도의 경제특구는 규모와 질 면에서 중국,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105개의 SEZ 중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마힌드라그룹이 건설한 마힌드라 월드시티, 아다니그룹이 건설한 문드라 포트 등 대여섯 개에 불과했다. 인도 정부가 체계적인 경제특구 전략을 세우지 않은 채 허가만 남발한 데다 재정적자를 이유로 인프라 건설조차 민간업체에 맡겼기 때문이다.

인도 SEZ는 △중앙정부(SEZ 지역 및 개발업체 지정) △지방정부(용지 확보) △민간 개발업체(SEZ 내 인프라 구축)의 역할 분담을 통해 건설된다. 민간업체가 인프라 개발을 맡다보니 105개 SEZ의 평균 면적이 5∼6km²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일부 개발업체는 세제 혜택과 개발 차익만 노리고 인프라 투자는 뒷전이다. 경제특구에 대한 국민적 합의나 투명한 절차가 없다 보니 토지 선정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미래의 성장기지 ‘경제자유 구역’] 두바이-아부다비의
인도의 사례는 경제특구 개발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청사진과 국민적 합의 △선택과 집중 △개발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마련 △민간 개발업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투명한 절차가 필수라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이런 한계를 극복한 성공 사례도 나온다. 인도 자동차기업 마힌드라그룹이 2005년 첸나이 근교에 건설한 마힌드라 월드시티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의 세계 20개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지수(FCI) 조사에서 14위에 올랐다.

아니타 아르준다스 마힌드라 월드시티의 최고경영자는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 관심이 있고, 장기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이 SEZ의 개발권을 얻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배극인 미래전략연구소 신성장동력팀장

▽미래전략연구소
조용우 박용 한인재 하정민 김유영 신수정 기자

▽편집국
박희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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