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성장기지 ‘경제자유 구역’]“낡은 산업 - 석유로는 못버텨” 10년이상 내다본 특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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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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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국 10개 경제특구 현지취재

‘금융 싱가포르’가 제조업 육성… 중동선 물류-금융 다각화
규제 풀고 파격적 세금 혜택… 동유럽-동남아도 맹추격 나서

경제특구 우등생 싱가포르  세계 각국이 획일적인 경제특구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경제특구를 
건설하거나 기존 경제특구를 변환시키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의 복합 공연장 에스플러네이드 및 도심 야경. 사진 
제공 싱가포르 미디어개발청
경제특구 우등생 싱가포르 세계 각국이 획일적인 경제특구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경제특구를 건설하거나 기존 경제특구를 변환시키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의 복합 공연장 에스플러네이드 및 도심 야경. 사진 제공 싱가포르 미디어개발청
지난달 22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최고급 호텔인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아부다비 경제포럼 행사장. 정부 고위 관료, 일본 대사 등 세계 각국 외교사절, 글로벌 기업 관계자 등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아부다비의 경제개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무함마드 오마르 압둘라 아부다비 경제개발부 차관은 즉석에서 “외자 유치를 돕기 위해 연내에 외국인 투자지분 규제법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아부다비 경제특구관리청인 존스코프 알 캄지 최고경영자도 5개년 전략을 세워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경제특구 건설을 통해 외자 유치에 매진하겠다는 게 전략의 골자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경제특구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수출 진흥 등 제한된 목적을 가진 과거의 경제특구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특구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하거나 침체된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경제특구를 통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지난달 22일 이후 중국,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 폴란드, 인도, 스페인 등 7개 국가의 경제자유구역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 싱가포르와 중국, 쌍발엔진 장착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사 모니터그룹의 경쟁력 평가에서 상위권을 휩쓴 싱가포르, 중국 등 ‘우등생’들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근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두 개의 엔진’ 전략을 내놨다. 싱가포르는 금융, 물류 등 서비스업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석유화학, 전자 등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도 20%가 넘는다.

싱가포르는 중국, 동남아시아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톈진(天津)의 빈하이(濱海) 신구와 인도네시아의 바탐-빈탄 경제특구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라는 거대 배후 시장으로 진출해 자국 기업과 자국에 거점을 둔 다국적 회사들의 안정적 수출 통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제조업 중심의 대형 경제특구를 잇달아 건설하며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금융 및 무역 등 지식기반서비스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푸둥에는 50여 개의 국내외 금융기관이 새로 입주했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하이 시는 전년 대비 27%의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상하이 푸둥 인민정부의 한커셩 신문부장은 “푸둥이 아시아 금융, 항만 산업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동은 ‘특구 춘추전국시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각국은 경제특구 건설을 통해 과도한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정부는 최근 친환경 청정도시인 마스다르 시티와 같은 경제특구 건설을 통해 해외 직접투자를 연평균 9%씩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는 2030년 GDP의 23%와 맞먹는 해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아부다비 비전 2030 전략’의 일환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무역, 물류, 제조, 금융 등의 복합기능이 집적된 경제특구 건설에 뛰어들었다. 사우디 정부는 2005년 이후 킹 압둘라 경제시티(KAEC) 등 6개의 경제도시 건설에 나섰다. 사우디가 2008년부터 5년간 투자할 건설공사 규모는 360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1200억 달러가 석유 이외의 분야다.

○ 낡은 유럽, 경제특구로 활력 재충전

유럽 각국은 경제특구를 통해 경제를 재건하고, 자국 내 낙후지역 및 낙후산업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IBM, 델 등 굵직한 외국인 투자가를 특별경제구역(SEZ)에 유치했다. LG전자, 제너럴모터스(GM) 등 현재까지 폴란드 SEZ에 투자한 기업은 총 1205곳, 투자액은 655억5500만 즈워티(약 26조2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폴란드의 GDP는 1.7% 늘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

폴란드 경제부 지원국의 테레사 코리신스카 국장은 “단순한 제조업 허브가 아니라 경제 성장, 인력 개발, 혁신산업 육성 등 다양한 목표를 위해 SEZ를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스페인은 바르셀로나의 소나프랑카 특구 재건에 한창이다. 소나프랑카는 1953년 폴크스바겐 등 외국 자동차업체를 유치하려고 만든 자동차산업 중심 특구지만 차 생산이 중단된 지 수십 년이 넘었다. 바르셀로나 정부는 소나프랑카를 보건의료, 영상문화, 식품산업 중심 단지로 바꾸기 위해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 인도·필리핀 등 후발주자도 맹추격

필리핀의 경제특구인 수비크 지구는 최초 8년간 법인세를 완전히 면제해주고 이후에는 5%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영어 사용이 가능한 데다 경제특구 운영주체인 이사회 인원의 60% 이상을 기업계 전현직 인사로 구성했다. 인도 역시 최초 5년간 법인세를 완전 면제하고, 이후 5년 동안에도 법인세를 50% 깎아주며 경제특구 육성에 나섰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빈부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특별 취재팀]

▽팀장
배극인 미래전략연구소 신성장동력팀장

▽미래전략연구소
조용우 박용 한인재 하정민 김유영 신수정 기자

▽편집국
박희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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