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안전-고수익 양 극단의 투자자들, 중간지대로 이동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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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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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6개월째 소강상태를 유지하면서 투자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는 한편 ‘고위험’ 투자가 기세를 부리기도 한다.

안전자산으로의 이동현상은 지난 3개월 동안의 은행예금과 증권회사의 단기 고정금리상품 잔액이 잘 보여준다. 같은 기간 은행예금은 40조 원 증가했고 머니마켓펀드(MMF), 특정금전신탁(MMT),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은 20조 원 늘어났다. 반면 각종 테마주를 포함해 변동성이 심한 원자재 펀드, 그리고 최근에는 막연한 미래의 기대수익률에 대한 투자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투자가 인기를 모았다.

투자의 양극화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인 국채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10년짜리 국채수익률이 최근 3.65%까지 하락해 채권시장의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는 기존의 미국 국내 주식투자 펀드에서 위험자산인 이머징마켓 주식투자 펀드로의 이동이 두드러진다. 주식투자도 신용등급이 낮은 위험도가 높은 중소형 주식투자가 대세다. 1월 중순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시가총액 상위 50대 종목이 9% 상승하는 동안 하위 50대 종목은 13% 올랐다.

유럽도 비슷하다. 특히 원자재 펀드 투자는 작년 한 해 동안 145%나 폭등해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원자재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는 단기간에 돈이 몰리다 보니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게 유지되는 이른바 콘탱고 현상이 벌어졌다. 고객들이 현물가격 상승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익에 불만이 높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도 3월 이후 채권 금리가 지나치게 하락한 것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발생한 당연한 결과다. 이제 1년 만기 국공채는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3년 만기 국채도 올해 경제성장률이나 장기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4% 미만에 머물고 있다. 증시도 주로 코스닥시장에서 단타 매매가 극성이다. 너무 낮은 저금리나 투기성 투자의 폭증은 그만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금융시장이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다. 지나친 위험 회피나 과도한 위험 감수 상황이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는 중용의 미덕이 가장 절실한 분야다. 적절한 위험 단위에 합리적인 기대수익률을 겨냥하는 것이 투자의 정도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지금쯤 양 극단에서 중간지대로 이동을 시작할 것이다. 주식투자가 불안하다면 금년 사상 최대로 쏟아지는 공모주 시장을 겨냥해 공모주 전용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괜찮고 채권혼합형 펀드도 고려할 만하다. 세상사에 극단은 피하고 볼 일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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