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조업 진출… 서비스 새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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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2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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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상조’ 퇴출 상조법 9월부터 시행
교원공제회 이어 군인공제회도 눈독
年 6조원 규모 시장 치열한 경쟁 예고

매달 2만, 3만 원씩 5∼10년간 불입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상조서비스 광고가 최근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초 50여 곳에 불과하던 상조업체는 2008년 말 281곳으로 크게 늘었다.

상조회사가 몇 년 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데는 신고만 하면 누구나 상조사업을 할 수 있는 허술한 규제 때문이었다. 영세사업자들이 너도나도 상조시장에 뛰어들면서 소비자 피해 건수도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건수는 2005년 219건에서 2009년 2446건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이런 상조시장에 최근 대기업들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서비스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상조업계는 삼성의 시장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그룹 보안전문회사인 에스원이 최근 사업보고서에 ‘분묘 분양, 장례서비스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상조시장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서준희 에스원 사장은 지난해 말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시장 잠재력이 큰 헬스케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관리에서부터 장례까지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에스원이 삼성그룹 임직원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삼성병원과 연계한다면 이른 시일 안에 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해양도 작년 대기업 가운데 처음 장례시장 진출을 시도하려 했으나 사업을 추진하던 임원이 뇌물 혐의로 구속되는 바람에 지금은 사업 진출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뿐 아니라 금융권의 ‘큰손’인 공제회도 최대 수십만 명에 이르는 회원 네트워크를 내세워 상조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올 초 국내 4대 공제회 가운데 한곳인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장례서비스 전문사업부인 ‘더케이라이프’를 출범하고 관련 장례서비스 ‘예다함’을 시작했다. 더케이라이프 관계자는 “기존 상조업체들이 방문판매 형식의 무리한 영업활동을 한 것과 달리 교직원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화상담 가입으로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뿐 아니라 군인공제회 등 다른 공제회들도 최대 수십만 명에 달하는 회원 네트워크를 활용한 상조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가입 2주내엔 전액 환불” 소비자 피해 줄듯 ▼

1980 년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보급되던 일본식 상조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때는 2000년 들어서부터. 사업자 등록만 하면 아무런 규제 없이 상조업체를 차릴 수 있었기 때문에 영세업체들이 난립했다. 2008년 말 현재 자본금 1억 원 미만인 상조업체는 176곳으로 전체 상조업체의 62.6%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상조시장 규모는 6조 원대로 급성장했지만 영세 상조업체의 무리한 영업으로 소비자 피해는 빈발했다. 회원 가입만 받아 놓고 폐업하거나 잠적해버리는 ‘먹튀 상조’ 피해 사례가 작년에만 48건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도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상조업체에 대해 관련법 개정을 통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우선 올해 9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할부거래법, 이른바 ‘상조법’에서는 최소 자본금(3억 원) 요건을 갖추고 시도에 등록해야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조회사들이 회원들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보험계약, 은행 등 금융기관과 채무지급보증계약 등을 맺도록 규정했다. 또 가입 2주 안에 계약 해제를 요청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했다.

한국장례업협회 측은 “개정된 법 시행을 앞두고 자금 압박을 받는 무자격 업체들이 퇴출된 반면에 보호장치 마련으로 소비자의 신뢰는 높아졌다”면서 “대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올 여지가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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