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상당기간? “美 제로금리 유지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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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오늘 금리 결정 회의
매파-비둘기파 격론 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과 ‘당분간’이라는 단어 중 어느 쪽을 택할까.

16일 금리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FRB가 고민에 빠졌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예외적인 제로금리에 의견일치를 봤던 FRB 내부에서 선제적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데다 외부에서는 FRB가 제로금리를 통해 자산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 회의에서 거센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로금리는 유지되겠지만 시장에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성명서의 문구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FOMC 위원들은 벌써부터 장외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 날선 의견 대립을 표출해 이번 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FOMC 위원 중 대표적인 매파인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준금리를 늦게 올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찍 인상하는 게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시장에 제로금리를 장기간 보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1년 전의 위기는 지나갔고, 지금은 회복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호니그 총재는 1월 FOMC에서 ‘이례적인 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한다’는 성명서 문구에 반대표를 던지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루 뒤인 3일에는 ‘비둘기파’의 대표적 인물인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현재의 매우 낮은 금리는 전적으로 적절하다”며 “FRB가 전통적, 비전통적 수단을 공격적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느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시기와 이를 암시하는 성명서 문구를 둘러싸고 FOMC 내부 견해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한 FRB에 대한 비판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CNN방송은 14일 금리가 역사적인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일부 경제전문가와 투자자들이 FRB의 통화 완화정책이 또 다른 자산 버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소재 이코노믹 사이클 리서치 연구소의 락슈만 아추탄 상무는 “FRB의 통화 완화정책은 비정상적인 버블의 핵심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FRB가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앞서 FOMC 성명서를 통해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던져야 할지를 놓고 내부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FOMC의 발표문 표현이 ‘상당 기간’에서 ‘당분간’으로 바뀌면 금리인상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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