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멋있게… 품위있게… 엠블럼은 거리를 달리는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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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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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재규어 등 상징동물이나 영문첫자 형상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라” 국산차도 수준높이기 고민중

《수입자동차의 엠블럼은 한국 사회에서 부(富)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거품’이라는 지적도 물론 있지만, 그 차량들이 이유 없이 부의 상징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명 자동차회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오랜 시간 막대한 공을 들였으며, 엠블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의 엠블럼에 담긴 의미들을 모아봤다.》

○ 긴 역사 자랑하는 유럽 브랜드
피스 심벌과 비슷하게 생긴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엠블럼의 정확한 명칭은 ‘세 꼭지 별’이다. ‘육지, 바다, 하늘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BMW는 1916년 항공기 엔진 제작회사에서 시작해 모터사이클을 거쳐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온 회사 역사를 엠블럼에 담았다.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타원형 엠블럼은 ‘하늘에서 땅으로’, ‘두 바퀴에서 네 바퀴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그란 원 안에 V자와 W자가 새겨져 있는 폴크스바겐의 엠블럼은 ‘국민을 위한 차’(Volkswagen)라는 독일어 단어의 약자다. 이제는 폴크스바겐 산하 브랜드가 된 아우디의 ‘4개의 링’ 엠블럼은 1932년 합병한 독일 삭소니 지방의 아우디, 반더러, 호르히, 데카베 등 4개 회사를 상징한다.

프랑스 회사인 푸조는 1850년부터 사자 문양을 사용했다. 이 사자 문양은 푸조 공장이 설립된 벨포르 시(市)의 상징 동물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동물을 엠블럼으로 쓰고 있는 브랜드인 재규어는 “평소에는 유연하게 움직이다가도 먹잇감을 발견하면 맹렬한 속도로 달리는 재규어와 우아한 외관에 엄청난 주행 성능을 발휘하는 차량 특성이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볼보의 엠블럼인 ‘아이언마크’는 스웨덴 철강산업의 수호신 마르스의 상징으로, 1927년 볼보 창립 때부터 시작해 80여 년간 이어져 왔다.

○ 영문 첫 자를 형상화한 일본 업체들
유럽 브랜드들에 비해 후발 주자인 일본 업체들은 보는 이들이 직관적으로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엠블럼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도요타 렉서스 차량의 엠블럼은 영문 첫 자인 ‘L’자를 타원 안에 형상화했다. 혼다의 자동차 엠블럼 역시 영문 첫 자인 ‘H’자로 만든 것이다.

포드의 엠블럼도 단순하다. 타원 안에 회사 이름을 써넣은 것을 엠블럼으로 삼았다. 기아자동차 엠블럼도 이와 유사하다. 좌우로 긴 은빛 날개가 있는 크라이슬러 로고에는 바이킹의 헬멧을 본떠 만들었다는 설과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 신을 상징한다는 설, 두 가지 이론이 있다.

방패처럼 생긴 GM 캐딜락의 엠블럼은 실제로 십자군의 방패를 본떠 디자인된 것이다. 로고 안에 들어간 다채로운 색은 각각 흑색은 지혜를 뜻하며, 금색은 부를, 적색은 용기와 담대함, 은색은 청결·순결·자비·풍요를, 청색은 기사의 용맹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자신들의 기울어진 H자 엠블럼에 대해 노와 사, 고객과 기업이 신뢰와 화합하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다이나모 엠블럼’은 태풍의 눈을 형상화한 것이다. 고객과 자동차의 일체화, 역동성 등을 담은 엠블럼이라고 한다.

○ ‘국산차 엠블럼은 왠지 촌스럽다?’
막상 국산 자동차들의 엠블럼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공식적으로 브랜드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GM대우자동차뿐 아니라 최근 승승장구하는 현대·기아차 엠블럼에 대해서도 차량 동호회에 가보면 비판의 소리를 많이 볼 수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K7’ 신차발표회에서 “K7에도 기존의 ‘KIA’ 로고를 사용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했다. 로고 개선안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GM대우차 차량의 경우 아예 원래의 엠블럼을 떼고 ‘시보레’ 엠블럼을 따로 사서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달 동아일보 산업부가 자동차포털 엔크린닷컴과 함께 이 사이트 회원 499명을 대상으로 벌인 e메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의 로고와 엠블럼에 대해 ‘마음에 든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1.5%(157명)뿐이었다. 32.1%(160명)는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비용 등을 고려하면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고 답했으며, 18.2%(91명)는 ‘고가 차량에 대해서는 새 로고나 엠블럼을 도입해야 한다’고, 12.8%(64명)는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97.2%는 차량 보유자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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