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만들듯 집도 공장에서 찍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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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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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처럼 조립 ‘모듈러주택’ 본격 상용화
골조-거실-방-복도 표준화해 대량생산 체제
주문∼완공 2개월… 공사비 3.3㎡당 330만원

SK D&D가 작년 12월 스카이홈 시범사업으로 충북 충주시 산척면 인등산 인근에 지은 165㎡ 규모의 모듈러주택.
설계부터 공장 생산, 조립, 현장 시공까지 두 달 걸렸다. 기본 건축비는 3.3㎡당 330만 원이며 외부 마감비용은 자재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SK그룹 연수원에서 직원용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SK D&D
SK D&D가 작년 12월 스카이홈 시범사업으로 충북 충주시 산척면 인등산 인근에 지은 165㎡ 규모의 모듈러주택. 설계부터 공장 생산, 조립, 현장 시공까지 두 달 걸렸다. 기본 건축비는 3.3㎡당 330만 원이며 외부 마감비용은 자재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SK그룹 연수원에서 직원용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SK D&D
정밀설계로 냉난방비 50% 절감… 재활용 이점도

3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있는 6600여 m² 규모의 주택생산 공장. SK건설이 출자한 건설 및 개발 전문회사 ‘SK D&D’가 지난해 8월 세운 곳이다. 겉모습은 일반 제조업체의 공장과 똑같지만 6개의 생산라인이 갖춰진 내부에서는 집이 ‘대량 생산’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주택 골조의 기초를 이루는 바닥이 제작되고 있었고, 다른 쪽에선 벽체가 세워진 방에 난방시설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장 마당에는 작업이 끝난 주택의 각 부분(모듈)이 포장된 채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듈들은 18일 5t 트럭 20여 대에 실려 경기 가평군 청평면으로 운송된 뒤 ‘레고’처럼 조립을 거쳐 83m²의 단독주택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SK D&D는 이달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카이홈’이라는 단독주택 브랜드를 내걸고 모듈러(Moduler)주택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단독주택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선진국처럼 한국에서도 공장에서 자동차를 찍어내듯 주택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정부도 그린홈 100만 호 공급, 단독주택 개량 사업 지원, 조립식 주택 2만 호 공급 등의 지원책을 내놓아 모듈러주택 공급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듈러주택은 기본 골조와 냉난방, 창호, 전기배선까지 모두 설치된 거실, 방, 복도 등의 모듈을 공장에서 만든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고 내·외장 마감공사를 하면 집 한 채가 완성된다. 전체 공정의 80%가 공장에서 이뤄지고 20%만 현장에서 마무리된다.

SK D&D 전광현 상무는 “일본에서 매년 10만 채의 모듈러주택이 세워지는 등 모듈러주택은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건축공법”이라며 “자동차만큼 수많은 부속물로 이뤄진 주택을 공산품처럼 표준화해 건설업을 제조업으로 탈바꿈시켰다”고 설명했다.

모듈러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공사기간이 짧고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건설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통상 기존 주택을 짓는 데 3∼6개월이 걸리는 반면 모듈러주택은 주문→공장 생산→현장 시공까지 두 달이면 된다. 자재를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3.3m²당 공사비도 330만 원대로 낮췄다. 기존 공법대로 똑같은 품질의 집을 짓는 것보다 30%가량 저렴하다.

SK D&D는 가전제품처럼 주택에 대해서도 애프터서비스(AS)를 실시할 방침이다. 실내외 마감은 1년, 냉난방은 2년, 방수시설은 3년간 무상으로 고쳐준다. 전 상무는 “그동안 단독주택은 영세 개인사업자가 주로 지어 공사비가 부풀려지거나 품질을 보장받지 못해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며 “대량생산되는 모듈러주택은 이런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모듈러주택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에너지 절감효과가 기존 주택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200장의 도면에 공장에서 나사를 박는 위치까지 설계하기 때문에 기존 주택이 cm 단위로 틈이 생기는 반면 모듈러주택은 틈이 5mm 이내로 정밀하다. 집 구석구석의 빈틈을 없애 에너지가 샐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SK D&D는 여기에 신소재 단열재와 고효율 창호, 현관문을 적용해 일반 아파트보다 냉난방 에너지를 50% 이상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해 폐자재를 최소화할 수 있고 조립한 모듈을 다시 해체해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친환경 주택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SK D&D는 올 하반기에 자동차 공장처럼 컨베이어벨트를 깐 자동생산 방식의 2만 m² 공장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전 상무는 “연간 2000채의 모듈러주택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단독주택 시장의 5%를 모듈러주택 시장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싸고 친환경… 단독주택 틈새시장 구축할 듯

아파트 중심의 한국 주거 문화에서 단독주택은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비교적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은퇴 후 전원주택으로 옮기거나 도심의 본래 집 외에 교외에 세컨드하우스를 소유하는 주거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5년 2만8000채였던 신규 단독주택 공급은 2008년 5만4000여 채로 꾸준히 늘었다.

경기 용인시 신봉동에 모듈러주택을 지어 입주를 앞둔 회사원 황병삼 씨(43)는 “결혼 후 줄곧 아파트에 살았지만 삭막하고 획일적인 아파트 문화가 싫어 단독주택을 마련했다”며 “대기업이 단독주택을 짓는다고 해서 믿고 맡겼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장성수 정책연구실장은 “분양가상한제, 미분양 증가 등으로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자 건설사들이 틈새시장으로 보고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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