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딸 다니는 학교 안다”… 조폭같은 ‘회계사 협박’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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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 기업 등 결산 앞두고 압박… 금감원 수사의뢰

기업들의 결산을 앞두고 실적이 좋지 않은 일부 기업 관계자들이 감사를 맡은 회계사를 상대로 협박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회계사와 회계법인에 대한 협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함께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4일 “경영 실적이 악화돼 증시 상장 종목에서 폐지될 가능성이 큰 한계기업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기업 퇴출을 막기 위해 담당 회계사를 협박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홈페이지에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감사의견 거절’ 의견을 내게 된다.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하면 한국거래소는 상장 폐지를 검토하게 되고 주가는 급락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상장유지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투자 기업이 퇴출되면 큰 손실을 입게 되는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 회계사는 “당신 딸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안다”는 협박을 받았고, 한 회계법인에는 회사 관계자 및 투자자라고 밝힌 사람들이 사무실로 몰려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소속 회계법인에 공문을 보내 협박 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독려하고 있다. 일부 회계법인은 대표이사 사무실 등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측은 “작년까지는 협박 행위에 당황해 제대로 대응을 못했지만 이런 일을 방치할 경우 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는 금융당국과 공동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직접적인 폭력 대신 법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은근한 협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회계사들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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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0-01-25 06:53:31

    참 이건 뭐 한국의 기업이란 것들이 하는 짓이 조폭과 똑같네. 저런 쓰레기 기업도 기업이라고 살려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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