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좋을 것” 97%→“좋아질 것”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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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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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기 전망은…” 전국 지역商議 회장 70명 1년새 확 바뀐 시각
내년 투자-수출도 “늘 것” 각각 51.4%, 67.2% 우세
現정부 경제팀 74.1점… “저금리 만족-지역투자 미흡”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 가운데 62.3%가 내년 경기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전국 상의 회장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부분인 97.2%가 “내년(2009년)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긍정적인 전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동아일보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11∼15일 대한상의 소속 전국 71개 지역상의 중 회장이 공석인 1곳을 제외한 70개 지역상의 회장을 대상으로 ‘경제 현황과 전망’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조사 결과를 지난해 3월과 6월, 12월 당시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 지역 경제인들의 경기 인식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20여 개월 사이 지역 경제인들의 경기 인식은 ‘기대감’(2008년 3월)에서 ‘불안감’(2008년 6월), ‘위기감’(2008년 12월)으로 추락했다가 이번 조사에서 다시 내년 경기 호전을 기대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다.

○ “경기 좋아질 것” 긍정적 전망 늘어

지역상의 회장단은 내년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최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좋지 않다’(38.6%)는 평가가 ‘좋다’(8.6%)는 평가를 월등히 앞섰지만 내년 경기에 대해서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10.1%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조사에서는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이 23.2%로 떨어졌다.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더 나빠질 것이다’(35.2%)라는 답변이 ‘나아질 것이다’(12.7%)라는 답변을 크게 앞섰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부분(97.2%)의 상의 회장단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쳐 경기 인식이 ‘바닥’까지 떨어졌음을 보여줬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역 경제인들의 경기 인식이 다시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올해 하반기(7∼12월) 들어서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올리는 등 예상을 넘어선 경영 성과를 올린 것이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내년 투자가 ‘늘어날 것’(51.4%)이라는 전망이 ‘감소할 것’(7.2%)에 크게 앞섰고 수출도 ‘늘어날 것’(67.2%)이라는 전망이 ‘줄어들 것’(10.0%)이라는 전망보다 약 7배에 이르렀다.

고용 분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다. 고용이 ‘늘어날 것’(38.6%)이라는 예상보다 ‘올해와 비슷할 것’(51.4%)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감소할 것’이라는 답변도 10.0%였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인들이 고용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한 것은 한국 사회가 가진 고용의 경직성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비정규직 근로자를 기간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노동의 유연성을 키우면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난 ‘경제 화두’

지역 경제인들의 경기 상황에 대한 반응은 조사 시기별로 달랐다. 지난해 3월에는 새로 출범한 정부의 기대감을 반영해 지방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이런 견해는 전체의 90.0%나 됐다. 균형발전을 강조하던 이전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지방 이해관계에 반대되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했는데도 이런 기대감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규제를 완화해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지면 혜택이 나눠질 것이라는 공감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조사 때는 기업인들의 마음에 기대감 대신 불안감이 자리 잡았다. 경기 상황에 대해 98.6%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것. 당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한창이던 시기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인들은 ‘국론 분열’이 경제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해 12월은 ‘구조조정 위기감’을 느꼈던 시기다. 회장단의 78.9%가 ‘일부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역 기업인들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

○ 정부 지역투자 정책에는 불만

한편 이번 조사에서 지역상의 회장단은 현 정부 경제팀에 평균 74.1점(100점 만점)의 점수를 줬다. 나쁘지 않은 점수지만 정부 출범 초기 경제팀에 82.1점을 준 것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지방의 경제, 투자 여건이 지난 정부에 비해 ‘좋아졌다’(48.5%)고 답한 기업인이 ‘악화됐다’(13.3%)고 답한 기업인보다 많아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정책은 ‘저금리 기조 유지 등 확장적 재정정책’(37.7%)과 ‘부동산 건설 경기 회복 노력’(18.8%)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노사관계 개선 노력’(17.4%) 등이었다. 이에 비해 ‘혁신도시 등 지역투자 유치 노력’(41.4%)과 ‘내수 확대를 위한 소비 진작 정책’(18.6%)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상의 회장단은 지역경제 현안으로 ‘새로운 성장 산업의 부재’(38.2%)를 꼽았다.

손 회장은 “앞으로는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상당부분 좌우할 것”이라며 “정부는 재원 마련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올 9월 발표한 ‘지역 발전 5개년 계획’ 등 지역 발전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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