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하이닉스 인수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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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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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시비로 힘들었다”
매각작업 돌고 돌아 원점

효성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의사를 공식 철회했다.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으로 뛰어들었지만 현직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이유 등으로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인수의향서를 낸 지 50여 일 만에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원점에서 다시 추진된다.

효성은 12일 인수 포기 발표문을 통해 “철저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근 제기되는 특혜 시비로 공정한 하이닉스 인수 추진이 어려워졌다”며 “인수 철회는 매우 안타깝고 힘든 결단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세간의 의혹처럼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도록 특혜를 준 것 같다는 의심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효성은 9월 22일 하이닉스 채권단에 인수 의향서를 단독 제출하면서 하이닉스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후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당초 10월 말로 돼 있던 예비 인수제안서 제출을 이달 16일까지로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결국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

섬유사업으로 출발해 중공업과 화학, 건설, 정보통신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온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와 전자소재 부문으로 그룹 외연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내비쳐 왔다. 하지만 효성이 4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하이닉스 인수를 밝혔을 때 시장반응은 냉담했다. 인수로 인한 시너지가 없고 인수자금도 부족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특히 과거 효성 비자금 수사문제와 오너 일가의 해외 부동산 취득 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하이닉스 인수는 점점 꼬여갔다. 최근 검찰이 해외 부동산 취득과 관련한 오너 일가의 계좌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하이닉스 인수 포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효성의 인수 의사 철회로 채권단은 하이닉스 매각을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효성과의 인수 협상을 중단하고 앞으로 채권단 협의를 거쳐 재무와 경영능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재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반도체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나쁠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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