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비즈 북스]장안 그리고 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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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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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안에 숨어 있는 ‘서울의 미래’
장안 그리고 시안/이기성 지음/329쪽·1만5000원·에세이

저자는 복원된 아방궁을 둘러본 뒤 “시멘트 구조물에 불과했다”며 실망한다. 값싼 영화세트장처럼 만드는 것보다는, 보이지는 않지만
유적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있던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 에세이퍼블리싱
저자는 복원된 아방궁을 둘러본 뒤 “시멘트 구조물에 불과했다”며 실망한다. 값싼 영화세트장처럼 만드는 것보다는, 보이지는 않지만 유적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있던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 에세이퍼블리싱
저자의 이력이 남다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정유공장 가스회사 같은 기업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경력의 회사원 출신이다. 50대 중반의 나이로 보아 6·25전쟁 직후 베이비 붐 세대의 맏이에 해당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회사를 퇴직한 뒤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2007년부터 1년 동안 중국의 시안(西安)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중국 서북 지방에 대한 현장 탐방과 연구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새삼 일본의 저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몇십 년을 새로운 분야의 개척에 투자하기로 결심한다. 그 새로운 탐구와 투자의 대상이 바로 중국, 그중에서도 서부다. 저자처럼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고 퇴직한 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시안은 고조선과 고구려를 멸망시킨 중국 한나라와 당나라의 왕도였던 장안(長安)이었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서쪽 지방을 평안하게 하라는 뜻으로 시안으로 개칭한 것이다. 지금도 중국 서부 지역의 중심지이자 서쪽의 이민족 거주지역을 연결해 주는 곳이다. 비단길의 출발지이자 도착지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시안은 중국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서부 대개발의 중심지이다. 서부지역의 거점인 시안 청두(成都) 충칭(重慶) 등 3개 도시는 인구 2842만 명, 80여 개 대학, 100여만 명의 과학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도시와 주변 47개 시 지역을 합하면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3%를 차지한다.

중국의 서부 대개발이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더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위기로 해외 시장이 위축되자 내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추진 중인 서부 대개발에 중국은 이미 300조 원 이상 투입했고, 최근 84조 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1400년 전 당 태종의 치세 아래서 장안은 인구 100만 명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도시였다. 지금은 중국 서부의 일개 도시에 불과하지만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중국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시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자본주의, 중화 지상주의, 다민족 사회로서의 중국, 한국과 일본 등 이웃 나라를 보는 시각 등 현대 중국의 단면을 그려 보여준다.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저자는 중국이 우리나라보다도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자본주의적인 폐해, 즉 금전만능주의가 더 심하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불만감이 우리보다 더 작다는 것이다.

특히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소수민족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중국 당국이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펴나가는 소수민족 동화정책이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당나라 시대에 세계 최대 도시로서 서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컸던 시안이 오늘날 쇠퇴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저자는 오늘날 시안보다 훨씬 발달한 서울의 미래를 시안의 과거에서 찾고 있다. 당의 몰락 원인으로 중앙집권제의 태생적 모순을 들고 있다. 여러 나라가 서로 분립해 다툴 때에는 힘을 집중한 군현제가 힘이 분산된 봉건제보다 효율적이고 유리했다. 그러나 일단 통일된 이후에는 군현제로 인해 제국의 활력이 계속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통치의 효율성은 확보했지만 다양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는 사회 발전을 이루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중국 서부 대개발의 성공 조건이 무엇인지 시사하는 듯하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상식 파괴자’ 애플CEO의 업무 분석
스티브 잡스의 수퍼 업무력/다케우치 가즈마사 지음·김정환 옮김/ 224쪽·1만2000원·스펙트럼북스

마쓰시타전기, 애플컴퓨터 등을 거쳐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성공을 뒷받침한 업무력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잡스는 ‘상식의 파괴자’다.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는 싸구려 제품으로도 충분하다는 보편적 인식에 맞서 고가의 아이팟을 만든 게 대표적인 예다. 아이팟은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하며 애플에 새 힘을 불어넣었다.

책에 소개된 잡스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는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참여한다. 자기 자신을 믿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때로는 결점을 드러냄으로써 상대를 안심시킨다. 그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에 정열을 불태웠다. 저자는 “상식적인 범위에서만 행동한다면 세계를 놀라게 할 물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잡스의 분투는 우리에게 이런 교훈을 준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베스트셀러 작가가 본 美래퍼의 성공전략

50번째 법칙/로버트 그린, 피프티 센트 지음·안진환 옮김/344쪽·1만5000원·살림Biz

공저자의 조합이 흥미롭다. 로버트 그린은 권력과 성공 등을 주제로 ‘유혹의 기술’ ‘전쟁의 기술’ ‘권력의 법칙’ 같은 베스트셀러를 쓴 전문 작가다. 피프티 센트(50 Cent)는 미국의 인기 래퍼다. 그린은 뉴욕의 뒷골목에서 마약을 팔던 소년에서 가수 겸 사업가로 변신한 피프티 센트에게서 성공의 법칙과 전략을 찾아내 책으로 옮겼다.

그린은 더 나아가 역사 속 인물들과 비교하면서 성공의 공통 요인을 설명한다. ‘새로운 권력자’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급부상하며 △연줄이 없지만 파워에 대한 야심과 열망으로 정상에 오르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그린은 역설한다. 그린은 고전적 예로 나폴레옹을, 현대적 예로 피프티 센트를 꼽았다. 그는 “피프티 센트에게서 발견한 것은 ‘두려움 없는 완전한 대담성’이었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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