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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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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근처에서 부분 가발 형태로 긴 머리를 연출해 주는 붙임머리 전문점 ‘e-붙임머리’를 운영하는 이상규 씨(28)는 창업 전 헤어 디자이너와는 거리가 먼 헬스 트레이너였다. 유명 피트니스센터의 헬스 트레이너였던 그는 나이 들어서도 오래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2007년 붙임머리 전문점을 차리기로 했다.
미용 쪽에는 경험이 없던 이 씨로서는 운동기기를 들던 투박한 손으로 사람들의 머리를 만지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가까이 접하는 헬스 트레이너 경력과 20대라는 나이는 주 고객인 20, 30대를 응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 번 이용한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고객 관리를 한 덕분에 단골고객도 제법 늘었다. 최근 이 씨는 이화여대 근처 점포 외에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점포를 추가로 냈다.
꽁꽁 얼어붙은 취업 한파 속에서 창업을 고민하는 20대가 늘고 있다. 이 씨처럼 번듯한 사장님이 될 수도 있지만 만만치 않은 초기 창업비용과 짧은 사회 경험 때문에 실패를 맛보는 젊은 창업가도 많다. 창업 전문가들은 20대라는 나이를 활용해 20, 30대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충북 충주에서 오븐구이 치킨점 ‘위너스치킨’을 운영하는 엄윤식(28) 송윤진 씨(29)는 부부가 창업한 경우다. 직장을 다니던 엄 씨는 전업주부로 집에 있기보다 일을 원하던 아내 송 씨와 함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치킨전문점을 열기로 했다. 20, 30대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는 치킨전문점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치킨전문점이지만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고객 특성상 튀김닭 대신 오븐에 굽는 요리법을 골랐다. 매장 안 인테리어도 젊은 주부들의 취향에 맞게 꾸몄다. 송 씨는 “남편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집 근처여서 단골 고객을 만드는 데도 유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 액정표시장치(LCD)단지 근처에서 맥주전문점을 운영하는 천덕안(29), 이승민(28), 김남근 씨(27)는 친구 사이다. 친구들과 자주 찾던 맥주전문점 맛에 반해 아예 창업하기로 결심한 경우다. 당초 맥주전문점을 열 때만 해도 세 사람은 모두 부업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3명 가운데 2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매장 운영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은 인근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을 겨냥해 주말에는 술값을 반값으로 해주거나 술 한 병 값을 받지 않는 등 ‘통 큰’ 마케팅으로 단골 고객을 모았다. 천 씨는 “파주 매장이 좀 더 자리를 잡으면 조만간 서울 지역에도 매장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청년 창업은 장년층 창업보다 사회에 대한 경험 부족과 자금 문제로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며 “하지만 20, 30대 고객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는 점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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