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농사, 벼보다 낫네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관상용으로 여겨지던 연이 농가 소득 작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3월 말에 종근을 심고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뿌리, 잎, 꽃, 연방 등을 수확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관상용으로 여겨지던 연이 농가 소득 작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3월 말에 종근을 심고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뿌리, 잎, 꽃, 연방 등을 수확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전남 무안 ‘蓮의 재발견’
생산비 절반이면 되죠… 소득은 40% 더 많죠…
茶-비누외에 맥주도 만들어
11개국과 64억원 수출계약
관광 넘어 산업자원 변신

20일 오후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마을. 드넓은 마을 앞 들녘이 온통 연꽃 천지다. 마치 초록 바탕의 도화지 위에 흰점을 찍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수줍은 듯 살포시 피어 오른 하얀 꽃봉우리가 너울너울 흔들렸다. 장맛비가 그치자 연꽃을 따는 주민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복용마을 일대는 논보다 연꽃 밭이 더 많다. 연 농사가 수익성이 높아 주민들이 쌀 대체작목으로 연꽃을 심은 결과다. 주민 김정호 씨(56)는 “연을 재배하면서 소득이 크게 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도 살리고 있다”며 “관상용으로 여겨지던 연이 농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연의 재발견

복용마을에서 300여 m 떨어진 곳에는 국내 최대 규모 백련(白蓮·흰색 연꽃) 서식지인 회산 백련지가 있다. 33만여 m²(약 10만 평)의 광대한 수면에 심어진 백련을 보려고 매년 20만 명이 다녀간다.

관광 명소가 있어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연꽃 농사에 눈을 돌렸다. 4년 전 몇몇 농가가 관상용으로 추수가 끝난 논에 논두렁을 높이고 물을 가둬 백련을 심었는데 단위 면적당 소득이 벼농사보다 40%나 많아 연꽃 농사에 뛰어들었다. 복용마을 연꽃 재배 면적은 60만 m²(약 18만 평)로 2005년 11만8800m²(약 3만6000평)에서 무려 40.5% 늘었다.

농자재 값 등 생산비가 절반도 들지 않고 농한기에 수확하는 데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다는 것도 연 농사의 이점이다. 연 뿌리는 반찬용뿐 아니라 진액, 음료, 식혜 등으로 가공 판매되고 꽃과 잎은 차 재료로 활용된다. 박삼균 무안군 백련개발담당은 “지난해 54개 농가가 6억40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며 “뿌리와 잎은 농협과 가공업체에서 수매하고 꽃과 씨는 소비자와 직거래하기 때문에 판로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연 가공식품 30여 종 생산

백련 재배가 늘면서 연 가공업체도 줄줄이 들어섰다. ㈜다연은 복용마을 인근에 연 가공공장을 짓고 백련잎차, 연화차 등 각종 차를 비롯해 비누, 식혜, 맥주 등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홍삼연잎음료를 출시한 한국인삼공사와 삼립식품에 연잎 분말을 공급하고 농심, 풀무원 등 업체와 납품 계약을 앞두고 있다.

김성두 ㈜다연 대표(47)는 “농가들로부터 연간 60여 t의 연잎을 사들여 가공하고 홍보관도 운영하고 있다”며 “다양한 연 가공식품이 개발되면 현재 400억 원대인 연 시장 규모가 2, 3년 안에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우는 백련 라면과 백련 국수, 백련 생수제비 등을 생산하고 성지농산은 연 떡국, 연 냉면 등을 출시했다. 삼진식품㈜은 백련 김을, 청수식품㈜은 연근 구운소금, 연잎 미용염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 외에도 백련 고추장, 연근 간장, 연 과자, 백련 빵 등 10여 개 업체가 30여 가지의 연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

○연 산업화로 승부

무안군은 백련을 생산과 가공, 유통, 관광이 어우러진 복합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2005년부터 연 산업화에 나섰다. 기초 연구개발과 생산기반 구축, 공동브랜드 개발 등 사업을 통해 기틀을 다졌다.

10년 넘게 개최해온 ‘백련 축제’도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연 산업축제’로 바꿨다. 연 산업 주제관을 마련해 각종 가공식품을 선보이고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수출상담회를 열었다. 그 결과 ㈜범우 등 5개 업체가 독일 등 11개국 바이어와 510만 달러(약 64억 원)의 수출 계약을 했다.

백련탕 치료, 연 쿠키 만들기. 백련 천연염색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여 2007년보다 두 배가 많은 54만 명이 축제를 찾았다. 올해 축제는 8월 6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서삼석 무안군수는 “‘백련’을 신 활력 사업으로 추진한 결과 성과가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며 “축제를 산업화형으로 바꿔 수익형 축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유문식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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