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계약효력은 인정하나 은행도 고객보호소홀 책임”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법원, 中企 효력정지 신청 선별수용

법원이 기업에 막대한 환차손을 안긴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에 대해 “계약의 효력은 인정하지만 상품을 판매한 은행 측이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박병대)는 24일 ㈜에이원어패럴, ㈜케이유티, ㈜라인테크가 “키코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신한 씨티 하나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3건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법원이 은행 측의 과실을 인정해 ‘본안 소송의 선고 때까지 계약 효력을 정지한다’며 기업 측의 손을 들어준 것과는 다른 판단으로, 현재 계류 중인 67건의 가처분 사건과 100건 가까운 본안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환율 급등락 등 예측할 수 없는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무효 또는 해지를 요구한 기업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이 고객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인정해 이 부분에 한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업과 은행 양측이 손해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은행은 상품의 구조와 잠재된 위험 요소 등을 고객에게 충실히 이해시킬 설명의 의무가 있다”며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은행이 키코 계약에 따른 기업의 채무를 강제로 받아낼 수 없도록 ‘옵션 채무 이행 청구권’의 효력을 일부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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