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황에… 삼성화재 사상최대 순익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6분


채권위주 안정적 투자

리스크관리 손실 최소화

작년도 5967억 신기록

삼성화재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 순익을 올려 보험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의 당기순이익이 5967억6100만 원으로 2007년보다 1202억7100만 원이나 많았다. 6000억 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각각 2340억 원과 4744억 원의 순익을 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보다 많은 수치다. 삼성화재의 총자산은 21조 원으로 자산 규모 면에서는 우리은행(245조 원), 하나은행(162조 원)의 10% 내외다.

삼성화재의 순익은 보험업계의 맏형 격(자산 119조 원)인 삼성생명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화재의 누적순익은 약 4400억 원으로 삼성생명(3400억 원)보다 1000억 원가량 많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정확한 연간 당기순이익은 5월 말이 돼야 나오지만 3분기까지 1000억 원가량 적었기 때문에 삼성화재를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만든 삼성화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삼성화재 안팎에서 공통적으로 꼽은 것은 뛰어난 리스크(위기) 관리 능력이다. 은행들이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투자로 평가손실을 보거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 여신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을 때 삼성화재는 채권 위주의 안정적 자산운용 전략으로 투자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파생상품 투자손실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9억 원에 불과하다. 우리투자증권 한승희 연구원은 “삼성화재는 금융업계 전체를 통틀어 파생상품 투자손실이 가장 적은 곳 중 하나”라며 “전통적으로 주식 비중이 낮고 채권 비중이 높은 자산운용 시스템 덕분에 금융위기 국면에서 순익을 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삼성화재는 일부 손해보험사가 물려 있는 선수금지급보증(RG) 보험을 한 건도 인수하지 않았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산운용과 보험영업을 포괄하는 위험관리 시스템에 심사업무 담당도 따로 있는 등 단계별로 리스크 검증이 잘 이뤄지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이 같은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경기침체로 저축성보험 해약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과 달리 저렴한 보험료만 내면 사고 시 실제 손해만을 보상해 주는 실손형 보험상품 판매 비중이 높아 영업에 타격을 덜 입은 점도 좋은 실적을 올린 이유로 꼽힌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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