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 주력…동부, 첫 영업흑자 기대”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10분


동부하이텍 박용인 사장

2001년 생산을 시작한 뒤 수천억 원의 적자를 본 동부그룹의 반도체 사업 실적이 점차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3월부터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률이 100%에 도달했으며 이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반도체업계의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9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딛고 올해 말에는 사상 첫 영업흑자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12월 동부하이텍의 반도체 사령탑에 박용인 사장(사진)이 취임하면서 본격화됐다.

박 사장은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하이텍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를 갖고 “올 상반기(1∼6월) 목표를 50% 이상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본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당초 2010∼2011년으로 예상했던 영업흑자 달성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직원의 임금 30% 삭감 결의와 제조비 절감, 제품군 다이어트 등으로 1000억 원 이상을 성공적으로 절감한다면 올해 말 영업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부하이텍의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와 같은 D램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 한국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집중돼 있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반도체를 위탁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 사업에만 집중하던 데서 아날로그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 등을 직접 개발해 파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여러 분야에 손대기보다는 기회가 보이는 분야에만 집중하자는 전략이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박 사장은 “빛, 소리, 압력 등 아날로그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동부하이텍의 변신에 시장은 아직 전폭적인 신뢰를 보이진 않는다. 이 회사의 계속된 적자로 동부그룹의 위기론까지 제기됐다. 박 사장은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거품 실적을 경계하기 위해 내부 환율 기준을 1000원으로 정해 사업을 챙기고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임직원이 고통을 분담하는 대신 연구개발(R&D) 투자는 오히려 확대해 이번 위기가 지난 뒤에는 빠른 성장을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LG반도체 출신인 박 사장은 1999년 정부의 무리한 반도체 빅딜에 실망해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로 옮겨 2006년까지 일했다. 반도체 사업에 사운(社運)을 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이런 박 사장을 찾아내 삼고초려(三顧草廬)했다는 후문이다. 그룹 내에선 45세인 박 사장에게 사령탑을 맡긴 것을 파격인사로 보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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