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號, 中企 흔들…수출 반토막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알짜中企들 도산 위기

지난달 수출 49% 하락

“제조업 기초 붕괴 우려”

일본의 2월 수출이 전년도 동월 대비 49% 하락한 가운데 일본의 핵심경쟁력인 알짜 중소기업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세계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은 일본 기업은 도요타와 소니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라면서 “일본 중소기업의 경기 전망은 20년 만에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부품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일본 중소기업이 일본 전체 산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 전체 고용의 90%를 담당한다.



지난달 일본 수출이 반 토막 난 것은 이처럼 일본 산업계의 중추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의 수출 부진 때문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일본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군살을 빼고 한두 가지 주력 상품에만 집중하는 효율적 경영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오히려 세계 경기침체 속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 노트북컴퓨터를 예로 들면 일본 중소기업이 부품과 각종 기계장치를 한국이나 대만에 수출하면, 한국이나 대만 업체는 마이크로칩이나 중간재를 생산해 중국으로 다시 수출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내다 파는 국제적 노동 분업 구조였다. 하지만 한국 중국 대만의 제조업체들이 재고량을 낮추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자 일본 중소기업의 수출길이 꽉 막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지방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거나 축소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이중고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일본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세계 경기가 진정되면 가장 먼저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도산을 막지 못할 경우 일본 제조업의 핵심인 숙련기술의 공동(空洞)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맥쿼리은행 도쿄지점의 송 데이미안 애널리스트는 “일본 중소기업이 세계화 바람 속에 말레이시아 태국 등으로 공장을 대거 이전하면서 일본의 우수한 기술과 숙련공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자칫 일본 산업의 기초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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