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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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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이달 12일 한국산 테레프탈산(TPA)에 대해 반(反)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TPA는 화학섬유의 원사(原絲)나 페트병을 만들 때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 삼성석유화학 효성 태광산업 SK유화 등 한국의 석유화학 업체들은 지난해에만 332만6000t(28억 달러 규모)의 TPA를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 정부가 덤핑 판정을 내리면 반덤핑 관세가 더해져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自國)의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쌓는 보호무역주의가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보호무역주의의 희생양이 되는 사례도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그간의 우려가 현실로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美-中-印, 한국산 석유화학-철강제품 반덤핑 등 조사
“보호주의 자제” G20 합의 무색… 각국 60건 쏟아내
○ 각국 ‘무역장벽 쌓기’ 속도전
26일 외교통상부 보호무역조치 감시·대응 TF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각국이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신규 무역조치는 모두 60건으로 집계됐다.
1월 말까지 38건이던 신규 무역조치는 2월 들어 22건이나 늘었다. G20 정상회의 당시 각국 정상들이 새 무역장벽을 만들지 않기로 약속했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여러 차례 보호무역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뒤돌아서서는 저마다 무역장벽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2월 중 도입 또는 검토된 무역조치를 유형별로 보면 △관세 신규 부과 또는 관세율 인상이 7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수입을 규제하는 비관세장벽이 5건 △보조금 등 자국 산업에 대한 직간접 지원이 10건이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실시된 조치들 가운데 8건이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TPA 외에도 한국산 아디프산(화학섬유의 원료)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하고 있다. 인도도 열연코일 등 3개 한국 철강제품의 반덤핑 여부를 조사 중이다. 미국은 한국산 디젤엔진 부품에 대해 상계관세(정부의 보조금을 상쇄하는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 “한국이 가장 큰 희생양”
보호무역 조치는 즉각 무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불러 교역량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자유무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올해 세계 교역 규모가 지난해보다 2.1∼2.8%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차 오일쇼크(1973∼1974년) 직후였던 1975년(전년 대비 1.9% 감소) 이후 30여 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WTO가 추정한 2008년 세계 교역 규모가 약 19조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4000억∼5000억 달러 규모의 교역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교역량 감소는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무역액)가 76%에 이르는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된다.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한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최근 방한한 파스칼 라미 WTO 총장이 “세계 경제를 저해하는 공공의 적은 무역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라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