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글로벌 금융시장…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세계증시 폭락장세 금주가 고비

美 민간은행 국유화론 확산… 코스피 비관론 부쩍 늘어

‘제2차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로 지난 주말 세계 주요 증시가 또다시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채에 허덕이는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커져 가고 있으며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들의 파산 위기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투자은행(IB)에 국한됐던 금융위기가 상업은행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악재에 영향을 받아 20일(현지 시간) 유럽 증시는 3∼4% 급락했고, 미국 다우지수도 1.34% 하락하며 7,360 선까지 미끄러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적자가 쌓이는 민간은행들이 국유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금융주가 20% 이상 폭락했다. 민간은행의 국유화는 사실상 최후 수단으로, 그만큼 어떤 대책도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대책이 최근 의회나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 또 실업률이 내년에는 10%에 육박할 것이라는 등의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많아지는 점도 시장의 부담 요인이다. 또 동유럽에서 일부 국가가 실제 부도 상태에 빠지면 이 지역에 대한 대출 규모가 많은 서유럽 은행들은 물론, 전체 신흥국의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같은 국제 금융시장의 긴박한 사정은 지난 한 주 10% 이상 급락한 한국 증시에 또다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달 초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강화 등을 근거로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론을 폈던 증권사들도 최근 들어 향후 시장에 대해서 부쩍 비관론을 많이 쏟아내고 있다. 특히 심리적 저항선인 코스피 1,000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다수 나온다.

현대증권은 23일자 보고서에서 “기술적으로 분석했을 때 보수적 관점에서 뉴욕 다우지수의 저점은 6,800 선 부근”이라며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의 저점은 960 선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2개월간 진행된 박스권이 무너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깊은 조정을 받을 경우 93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살얼음판’ 시장이 이어지면서 이번 주가 2차 금융위기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를 또다시 공포에 빠뜨린 동유럽발 위기와 생사의 기로에 선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운명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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