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R&D인력 20% 신사업에 재배치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남용 부회장 “폭탄 들고 있는 느낌… 경비 3조 절감”

LG전자가 올 상반기(1∼6월)에 한국 내 사무·연구개발(R&D) 인력 2만여 명 중 20%를 신규사업 및 프로젝트에 재배치한다. 또 CWR(Crisis War Room·비상경영본부) 운영과 함께 올해 3조 원(해외법인까지 포함)의 경비절감을 추진키로 했다.

남용(사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글로벌 위기 극복 방안을 공개했다.

남 부회장은 “나라별로 수요가 적게는 20%, 많게는 70%까지 줄어든 곳도 있다”며 “현재 수출기업 쪽에서는 환율 환경이 좋아 위기를 잘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 환율이 독약이 될지 몰라 손에 폭탄을 하나 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1월 매출액이 달러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 줄어들었고, 올 한 해 전체적으로도 상당한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올해를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우리에게 닥칠 또 다른 위기를 준비하는 이원화 전략으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부회장은 “한국에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은 뒤 “한국 직원 3만여 명 중 2만여 명이 사무직 또는 R&D 인력인데 이들의 20% 정도를 신(新)성장동력 사업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LG전자 전체 생산량의 60%를 책임지고 있는 해외 생산라인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현지 인력은 어느 정도 구조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경기 불황을 극복하고 경기 회복기를 대비해 지난해 12월 CWR를 설치하고 11개 세부실행과제를 선정해 추진 중이다.

또 경영기조를 ‘WIR(Winning in Recession·불황 속 승리)’로 정하고 사업본부 및 사업부 단위의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 본사와 82개 해외법인을 합쳐 올해 3조 원의 경비를 절감하기로 했다.

남 부회장은 “경비절감 방안은 위에서 강제하기보다는 8만2000명(글로벌 기준)의 직원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동참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구매 영역에서 10%만 줄여도 8700억 원을 아낄 수 있는 등 3조 원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사업은 중국,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되 프리미엄 시장에 먼저 안착한 뒤 저가시장을 공략하는 ‘톱다운’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 부회장도 “수익성 없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며 저가경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은 아직은 (퇴출 여부를) 검토 단계지만 스타사업으로 키울 생각은 없고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되면 구조조정하게 될 것”이라며 “다른 사업부에서도 제품단위별로는 이미 상당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편 남 부회장은 최근 정부가 유도하고 있는 ‘잡 셰어링(Job sharing)’과 관련해 “10명이 할 일을 그들의 월급을 깎아 12명이 나눠서 하게끔 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생산성을 올려 10명이 할 일을 8명이 하도록 하고, 나머지 2명을 신규사업으로 전환시켜야 회사도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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