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그늘 밝힌 ‘혁신 리더십’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7분


동아일보 산업부 선정 ‘2008 베스트 CEO 10’

《올해 미국에서 촉발돼 전 세계로 확산된 초대형 경제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큰 그늘을 드리웠다. 한 해를 마감하는 세밑 풍경도 마음을 어둡게 하는 뉴스가 많다. 하지만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서도 기업 가치를 높이고 혁신하면서 희망찬 미래를 앞장서 헤쳐 가는 최고경영자(CEO)가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선정한 올해 각광 받은 ‘2008년 베스트 CEO 10인’을 소개한다.》

초대형 위기 맞서 뛰어난 지도력-비전으로 기업가치 높여

○ CEO는 실적으로 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았다는 그룹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5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2000년 발족된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이사회에 한국인 최초로 이사로 선임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에서 개막연설을 했다. 그가 CEO를 맡은 1998년 이후 SK그룹은 꾸준히 성장해 자산총액 기준 재계 5위에서 지금은 3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로 도약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은 지난해부터 LG화학이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추진력이었다. 이 회사가 올해 1∼9월 중 달성한 영업이익 누계(1조3031억 원)는 2006년과 지난해의 2년 치 영업이익보다 많다. 김 부회장은 2006년 취임 직후 전략실행과 조직문화 변화 속도 등을 2배로 빠르게 하자는 내용의 ‘스피드 경영’을 시작했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1만1333대를 팔아 수입차 회사로는 처음으로 ‘연간 1만 대 판매 시대’를 열었다. 정 사장이 실행한 고객 서비스 차별화와 적절한 가격 정책은 혼다코리아를 설립 5년 만에 국내 수입차 시장 정상에 오르게 했다.

○ 위기와 변화에 강한 리더십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5월 윤종용 부회장에 이어 한국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사령탑이자 새로운 삼성 건설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물려받았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에 따른 부담도 컸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리더십은 본격적인 글로벌 위기 확산 이전까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올해 재계와 정부가 ‘경제 살리기’라는 큰 사명 아래 한 몸이 되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재계를 대표해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정부 측에 제기하면서도 재계 측에는 투자 활성화를 주문하고 유도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이끌어낸 헌신적 자세도 귀감이 됐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정부와 기업, 수도권과 지방 경제의 가교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해냈다. 대한상의와 정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함께 만든 ‘민간합동규제개혁 추진단’은 607건의 규제완화를 건의해 이 가운데 244건(40.2%)을 해결했다. 대한상의는 또 전국 67개 지역에 ‘기업애로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수출 확대를 위한 세미나 및 간담회만 총 72회를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 인수합병으로 영토 확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0월 특유의 배짱과 추진력으로 쟁쟁한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을 움켜쥐었다. 그가 인생의 최대 승부로 밝힌 바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 확정되면 한화그룹의 재계 서열은 자산총액 기준 현재 12위에서 9위로 올라선다.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사장이던 올해 5월 홈에버를 인수해 그룹의 대형마트 점포 수를 111개로 늘렸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119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양강(兩强)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10월 홈플러스그룹이 출범하면서 초대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최근 내년 매출 10조 원 돌파와 2010년 업계 1위 도약의 비전을 발표했다.

○ 공기업 혁신의 깃발을 들다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8월 민간 CEO 출신으로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사령탑을 맡은 직후 자회사 사장 10명 중 7명을 전격 교체하는 등 조직개편 및 구조조정을 조용하지만 강력히 추진해 왔다. 이런 ‘소리 없는 인사혁신’으로 그는 취임 일성(一聲)으로 밝힌 ‘위대한 회사(great company)’로 나아가기 위한 스타트를 끊었다.

홍문표 한국농촌공사 사장은 9월 취임 후 정원(5912명)의 15%인 844명을 줄이고 임직원들은 올해 임금 인상분과 급여 일부를 반납해 퇴직자 위로금으로 쓰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탄생시켰다. 이 안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라고 칭찬을 받기도 했다.

산업부 종합

정리=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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