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1 신차발표회’…불황기 부유층 지갑여는 ‘VVIP 마케팅’

  • 입력 2008년 11월 18일 17시 09분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BMW의 '클로즈드 룸(Closed Room·비공개 전시실)'.

고객 두 명이 호텔 분위기로 꾸며진 아늑한 응접실에 들어서자 깔끔하게 차려 입은 담당 매니저가 차(茶)와 간식을 들여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티타임을 가진 일행은 "발표 시간이 됐다"는 직원의 말에 응접실 옆 밀실로 들어섰다.

공연 시작 전 무대처럼 컴컴한 방. 갑자기 바이올린 선율이 퍼지며 여성 연주자가 한 줄기 빛을 받고 나타났다. 뒤이어 밤하늘의 달처럼 어둠 속에서 차량 헤드라이트가 떠올랐다. 조명이 점차 밝아지며 베일에 덮인 신차(新車)의 몸매가 드러났다. 곧이어 모터쇼에서처럼 멋지게 베일이 벗겨지며 차량 전문가가 나와 신차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BMW의 최고 우량고객(VVIP)을 위한 '1대 1 신차발표회' 현장이다. BMW코리아는 다음달 7일 최고급 세단 '뉴 7시리즈' 발표를 앞두고 소수 VVIP고객과 잠재 고객을 꼽아 약 한 달 간 미리 신차와의 '특별한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기존 럭셔리 브랜드들 사이에 보편적이었던 VVIP 마케팅은 최근 불황을 맞아 더욱 세련돼 지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은 부유층에게 '당신은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전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신한카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VVIP대상 '골프 레슨'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반응이 좋아져 올해 2번 실시한 레슨을 내년 분기별로 진행할 계획도 검토 중이다.

VVIP 마케팅은 연말 분위기를 타고 즐거운 사교의 장(場)도 마련해 준다. 아시아나항공의 서비스 노하우 교육에 참가하는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여비서들은 이미 오붓한 소모임을 이뤘다. 이 회사는 대기업 CEO의 여비서들을 잠재적 VVIP로 보고 기존 승무원 체험 교육을 업그레이드해 올해부터는 서비스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연말연시일수록 VVIP 마케팅은 즐거운 교류 공간으로 관심을 끌 수 있어 시기적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불황기에 시끌벅적한 행사로 눈총을 받지 않고 조용히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은 지난해 축구경기장에서 대중적으로 벌인 고객 행사의 방향을 바꿔 소수정예화하기로 했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올해 불황이라 행사를 크게 벌이면 사회 분위기에 알맞지 않다고 판단해 조용히 소수 우수 고객만 초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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